[강태화 기자가 본 의원 갑질 현장] 노영민 시집 8000권 찍어 … "서점서 안 팔고도 베스트셀러"

중앙일보

입력 2015.12.02 02:37

업데이트 2015.12.0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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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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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의 ‘갑(甲)질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노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지역구인 충북 청주에서 ‘북 콘서트’를 열고 카드단말기를 이용해 자신의 시집인 『하늘 아래 딱 한 송이』의 책값을 결제하도록 했다. 북 콘서트 이후엔 의원회관에서도 단말기로 책값을 결제해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의원실서 카드 단말기로 판매 논란
“북 콘서트서 5000권 팔았다” 주장
카드가맹점 명의 빌렸다면 불법
5년 전엔 아들 부의장실 특채 의혹

문재인 “처신 더 조심을” 언급만
안철수 “윤리원, 도의적 부분 다뤄야”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의 명의를 빌려 거래하거나 신용카드 거래를 대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노 의원 측은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주 북 콘서트에서 현금으로 책을 산 곳을 빼고도 5~6곳의 산하기관이 카드로 책값을 냈다”며 “의원회관에서는 한 개 기관이 50만원 정도를 카드 결제했다. 기관명을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자를 시키면 배달원이 단말기를 가져와 결제한다. 그것과 뭐가 다른가”라고도 항변했다. 반면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 결제로 책값이 출판사로 귀속되더라도 약 2.5%의 결제 수수료는 출판사가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의 시집은 시판되지도 않았는데 8000권이나 제작됐다. 시집을 제작한 N출판사 관계자는 “우리는 책만 만들고 판매는 노 의원 측이 알아서 했다”며 “당초 5000권을 납품한 뒤 북 콘서트 직전 추가로 3000권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주문한 5000권은 정가(1만원)의 50% 이하 가격으로 노 의원 측으로부터 미리 돈을 받았는데, 3000권은 아직 못 받았다”고 했다. 노 의원 측은 “추가 구매한 책은 소장용으로 실제 판매량은 5000권가량”이라고 말했다.

 시집 판매 마진을 50%로 계산해도 5000권을 판 노 의원은 2500만원가량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노 의원이 위원장인 산자위는 대기업과 산하기관 등이 많은 ‘노른자위’다. 새정치연합 당직자는 “몇 년 새 가장 잘 나갔다는 문태준의 시집 『가재미』가 10년간 2만5000권가량 판매됐는데, 서점에서 팔지도 않는 노 의원의 책이 하루 만에 5000권 팔렸다면 진짜 베스트셀러감”이라고 말했다. 유재선 전 세무사협회 부회장은 “노 의원이 이미 출판사에 대금을 지불한 5000권이 출판사 명의 단말기로 판매됐다면 출판사 매출로 잡힌다”며 “노 의원이 세금신고를 하지 않으면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사법 당국은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의 이동학 전 혁신위원은 “이건 최악의 사건이다. 현역 의원들의 출판기념회 금지 조항을 만든 여당과 달리 야당엔 출판기념회에 대한 제재 수단도 없다”고 탄식했다. 임미애 전 혁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자기 팔을 잘라내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을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보여야 할 때”라며 노 의원의 징계를 주장했다. 노 의원은 문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금태섭 전 당 대변인은 “정책보고서도 아닌 시집을 파는데 왜 의원실 직원이 동원되느냐. 이 사건에 흐지부지한 입장을 취한다면 콩가루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윤리심판원을 개혁해 도의적 부분까지 다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 윤리심판원은 안병욱 원장 등이 사퇴하면서 공중분해된 상태다.

 문 대표는 “사실관계를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의원들이 도덕성이나 윤리 문제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처신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만 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2010년 노 의원의 20대 아들이 국회부의장실 4급 비서관으로 채용됐던 특혜 의혹까지 회자됐다. 노 의원의 아들은 의혹이 일자 4개월 만에 비서관직을 그만뒀다. 노 의원은 당이 조치를 미루는 사이 이날 오후 당무감사원의 감사를 스스로 요청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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