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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Film & Job - 드라마 ‘송곳’과 공인노무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어떤 직업이 멋있어 보였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요. 헌신적인 의사, 정의로운 강력계 경찰,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등 화면 속 인물들은 대부분 ‘영웅적’입니다. 이 때문에 작품의 캐릭터를 보고 그 직업을 꿈꾸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허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직업인의 모습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현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요. 그래서 TONG은 영화나 드라마 속 직업이 현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제 해당 직업 종사자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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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툰&드라마 ‘송곳’의 공인노무사

지난 10월24일부터 JTBC에서 방영된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구고신 노무사(안내상 분)는 공단 노동자들에게 ‘형님’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이수인(지현우 분)이 푸르미마트 노동조합을 조직해 싸워나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도와주는 역할인데요.

차별 받는 노동자들에게 다가가 노동법과 관련 판례에 대한 지식, 현장 경험, 그리고 뛰어난 언변으로 돕는 노무사의 이야기, 얼마나 현실적일까요. 청년유니온과 노후희망유니온 자문위원인 하윤성 공인노무사에게 물었습니다.

-‘송곳’에서 구고신 노무사는 부진노동상담소 소장입니다. 노동상담소가 노무사가 보통 일하는 곳인지요. 흔히 노무법인이라고 하는 곳들과는 다른가요?

“구고신 노무사가 일하고 있는 ‘노동상담소’는 사실 노무사들이 일반적으로 일하는 직장은 아닙니다. 노동상담소는 주로 공단지역 등 노동자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노동법 상담 등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찾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보통 노무사들은 노무법인에 소속되어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의 사건을 수임해 진행합니다. 물론 상담도 담당하지요. 노동상담소가 주로 노동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곳이라면, 노무법인은 노동자와 사용자를 가리지 않고 상담하고 사건을 수임합니다.”

-공업단지나 산업단지에 들어가 노동자들에게 교육을 하고 노조 설립을 도와주는 것이 실제 노무사들의 역할인가요? 노무사들의 역할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요.

“실제로도 공단에서 교육을 하기도 하고, 노조 설립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노동조합과 회사가 단체교섭을 할 경우, 노조나 회사의 단체교섭에 담당자로 참여하기도 하고요. 집단적인 문제뿐 아니라 개별적인 문제에도 관여하는데요. 앞서 답한 것처럼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에 대해 상담하고 변호사처럼 당사자의 법률대리인이 되어 사건을 맡아 진행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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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상담소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법 강의 중인 구고신 [사진=JTBC]

-‘송곳’은 구고신 노무사가 아르바이트생의 떼인 급여를 받아주면서 시작합니다. 이때 구고신은 공단 노동조합들에 연락해 문제의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고 지시함으로써 주인을 압박하는데요. 실제 노무사가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 정도로 영향력이 있나요?

“그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영향력이 있다면, 그것은 노무사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지역에서 그만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나서서 해결해왔기 때문 아닐까요? 노무사는 단지 전문 직업인일 뿐입니다. 그것만으로 회사나 노조에 영향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노사교섭 중 “사측 교육 똑바로 못 시켜?”라고 사측 노무사에게 다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실제 사측 교육도 노무사가 담당하나요? 교육을 해도 정말 ‘말 못 알아듣는 사측’이 그렇게 많은가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노무사는 전문 직업인일 뿐, 애초에 누군가의 편이어야 한다는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구고신 노무사처럼 노동조합 편에서 일하는 노무사도 있고, 회사의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노무사도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사측교육도 노무사가 할 수 있겠죠. 드라마에 나온 장면과 같은 답답한 교섭이 흔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있기는 합니다. 소통이 안 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하잖아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구고신 노무사는 업무 중 재해를 입은 환경미화원의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직접 사업장에 가서 동료들에게 증언을 요청하던데요. 실제 노무사는 산재 처리가 필요한 사람이나 급여 체불 피해자 등을 어떻게 만나게 되나요.

“산재를 당하거나 임금체불을 당한 경우, 사람들은 보통 도움 줄 곳을 찾습니다. 그러다가 노무법인이나 구고신 노무사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노동상담소, 또는 제가 일하는 근로자복지센터 등에서 상담을 하게 됩니다. 상담 내용들 중 전문가가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 싶은 사안에 대해 사건을 수임해서, 법률대리인이 되어 사건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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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지방노동위원회에 함께 출석해 돕는 구고신 [사진=JTBC]

-구고신은 학생운동을 하다가 받은 고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실제 노무사 사회에 그와 같은 경우가 많은가요.

“노무사라는 직업이 노동법 영역을 주 무대로 활동하다 보니까,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가 출신이 다른 전문 직업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제 주위에도 많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거 경력이 필수적인 것은 전혀 아니며, 그런 경력으로 인정받는 것 또한 아닙니다.”

-노무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자질이나 성격적인 면에서 어떤 사람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노무사는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만큼 법 공부를 하면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법을 전공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후 시험에 유리한 정도이죠. 공인노무사 자격시험은 1차 객관식, 2차 주관식, 3차 면접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시험 과목은 한국공인노무사회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보고 참고하세요. 노무사는 정말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또 법률대리를 하다보면 타인의 문제를 내가 결정하고, 그 책임까지 져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외로운 직업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책임감이 강해야 하고, 아울러 외향적인 성격이면 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리=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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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성 노무사

도움말=하윤성 공인노무사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전문위원, 노후희망유니온 자문위원, 청년유니온 자문위원, (전)경기정규직지원센터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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