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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프' 열풍 속 한국 식탁에도 칠면조 통구이가?

중앙일보

입력

 
미국 추수감사절을 맞아 한국에서도 칠면조 통구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칠면조 통구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명절 음식이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대통령이 통구이가 될 운명인 칠면조를 '특별사면' 하는 것이 백악관 연례행사일 정도다. 올해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칠면조 '정직이(Honest)'와 '에이브(Abe)'가 농장에서 평화롭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사면하는 행사를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칠면조가 낯선 음식이었다. 한 특급호텔 셰프는 "뷔페에 칠면조 통구이를 내놓았더니 '무슨 닭이 이렇게 크냐'고 묻는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칠면조 고기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한 마리를 다 먹으려면 7~8명은 있어야 할만큼 크기가 큰 데다가 가격도 20만~30만원으로 비쌌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한남동·이태원 인근의 그랜드하얏트서울이 문을 열던 1978년부터 칠면조 요리를 팔았고, 역사가 100년이 넘는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등 소수의 호텔만 칠면조 요리를 추수감사절 때 외국인 가정용으로 판매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좀 사정이 달라졌다. 예년에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명절 맞이'로 칠면조 구이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해외 거주 경험이 있거나 미국 드라마 등을 통해 칠면조 구이를 접한 한국인 고객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장기 투숙객이 많은 그랜드힐튼호텔 관계자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고객들이 주로 구매를 했는데 소규모 홈파티나 캠핑이 유행하면서 국내 고객이 칠면조 요리를 많이 사간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콘래드서울·JW메리어트동대문·포시즌스서울 등이 처음으로 테이크아웃 칠면조 요리를 판매하는 등 특급호텔이 앞다투어 칠면조 구이를 내놓았다. 제주의 해비치호텔에서도 칠면조 통구이를 살 수 있다. 대개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판매한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미국 최대의 쇼핑대목 '블랙프라이데이'가 한국 소비자에게도 '블프 열풍'을 일으키며 친숙해진 것처럼 칠면조 구이도 '파티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주요 호텔은 올해 판매량을 100~130개로 보고 있다. 각 호텔마다 칠면조 속을 잘 채우고 크랜베리 소스 등을 곁들인 '정통 미국식' 요리법을 내세운다. 칠면조 고기는 국내 농장에서 구하기 어려워 미국이나 호주산을 사용했다. 요리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 이틀 전에는 예약주문 해야 한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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