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위한 미국과의 기술이전 협상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측이 다기능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 등 4가지 체계 통합 기술, 즉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데 이어 이전을 약속했던 21개 기술중 쌍발 엔진 체계통합기술 이전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24일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문화일보는 24일 "미국정부가 AESA레이더 등 핵심기술 이전 거부에 이어 최근 쌍발 엔진 체계 통합기술과 스텔스 관련 기술에 대해서도 추가로 방위사업청에 거부 입장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F-35전투기 40대를 구매하는 대가로 받기로 한(절충교역) 핵심기술이 빠져 KF-X사업이 좌초위기에 놓였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미 정부가 최근 일부 특정기술에 대해서 방위사업청에 거부 입장을 통보하였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 11월 18일부터 미 록히드마틴사와 방위사업청이 21개 항목의 기술이전과 관련하여 실무차원의 1차 협의를 수행하였다"고 부인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에서 한·미간 합의한 21개 항목의 기술이전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는 얘기다. 방사청은 또 " 방위사업청은 미 록히드마틴사와 추가 협의를 통해 기술이전 내용에 대해서 구체화할 것이며, 미 정부와도 신속한 진행을 위해 협조할 예정"이라며 " 미 측은 한국의 KF-X 사업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관련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한 셈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미국측과 기술이전을 위한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거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미국이 21개 KF-X관련 기술을 이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다음주 방사청 협상팀들이 미국에 가서 추가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사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의 기술이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F-X사업이 성공할 경우, 한국에서 제작한 전투기의 성능(쌍발, 세미 스텔스)을 고려하면 미국이 차세대 전투기로 개발하는 F-35와 경쟁할 수도 있는만큼 미측이 KF-X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KF-X사업 진행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야당의 군사 전문가는 "미국측은 한국이 '미니' F-22(현존 최강 전투기)를 만들려고 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차라리 F-16전투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수준으로 만든다면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나 대만 등 미국의 우방국이 전투기 개발을 시도하자 미측이 이에 대한 거부감으로 수출승인을 하지 않아 실패하도록 한 정책을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22일 개발비의 2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가계약을 체결했지만 미국의 록히드 마틴 측이 KF-X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것도 KF-X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전체 무기수출시장의 60%이상을 전투기 판매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특히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11월에 KF-X사업을 위한 21개 기술에 대한 수출승인(E/L)이 날 것"이라고 했던 것과 달리 협의가 늦어지는 것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 하고 있다.
미측의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에 이어 21개 기술이전 문제가 불거지자 일각에선 F-35 도입 계획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