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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과감한 개혁 이뤄” 무라야마 “그 시대 필요했던 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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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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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1) 전 일본 총리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분으로 명복을 빈다”며 “민주화 대통령으로서 그 시대에 한국에 가장 필요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1994년 김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던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당시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눴다”고 회고하면서 퇴임 후에도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하는 등 개인적 교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김 전 대통령은 3개월 뒤 한·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관련 망언에 관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해 한·일 관계가 경색됐다.

해외 지도자·언론도 애도
NYT “기념비적 금융 개혁”
중국 CC-TV “반부패 이끌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2일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반 총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을 뿐 아니라 경제·사회의 투명하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이룩하신 분”이라며 애도했다.

 외신들은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전 대통령은 정치화된 장군들을 숙청하고 금융실명제 실시로 금융 거래에 기념비적인 개혁을 도입한 대통령”이라며, 하나회 척결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걸 거론했다. 신문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한국인들의 표어가 됐다”며 “그는 군부가 지지한 정당의 도움으로 당선됐지만 본인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79년 NYT와의 인터뷰 도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의원직 박탈로 이어졌다고 NYT는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4년 북한 영변 핵 위기 때 전쟁 발발을 우려했던 김 전 대통령이 새벽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의 북한 폭격 계획을 막아냈다고 소개했다. AP통신은 “김 전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의 나라에서 평화적 정권 교체의 초석을 놓았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재임 중 전 정권의 군부 색채 지우기와 부정 추방에 힘을 쏟았지만 말기에는 외환위기로 고심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을 통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쿠데타의 책임을 추궁했다”고 전했다.

 중국신문망은 “반부패와 청렴을 기치로 변혁 바람을 일으켰으며 인재를 쓸 때는 당파나 개인의 배경 대신 능력을 중시하는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실천한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김 전 대통령이 93년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것과 관련, “한국의 반(反)부패를 이끈 지도자”라고 했다.

 한편 해외에 주재하는 160여 개 한국 공관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문소가 설치됐다.

도쿄·베이징·워싱턴=오영환·최형규·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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