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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건 다 쏴, 인질 참수까지” 말리 테러 더 잔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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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0일 발생한 말리 바마코의 호텔 인질극으로 테러범 2명과 인질 19명 등 총 21명이 사망했다고 말리 정부가 발표했다. 21일(현지시간) 최종 확인된 사망자 중에는 러시아인 6명을 포함해 중국인(3명), 미국인(1명), 벨기에인(1명) 등이 포함됐다.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은 “열흘 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흘간 인질극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기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21일 사건 현장인 래디슨 블루 호텔을 찾은 케이타 대통령은 “파리와 뉴욕 도심이 일상적으로 흘러가듯 말리도 폐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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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질극 당시의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 호텔 직원 탐바 쿠예는 “호텔 1층 식당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괴한 2명은 말도 없이 움직이는 모든 것을 다 총으로 쐈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직원은 “한 백인 남성이 괴한들에게 참수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21일 카메룬 북부 포토콜의 한 마을에서는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자살폭탄을 터트려 총 10명이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NYT는 “카메룬과 인접한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알카에다 추종세력, 인질 19명 살해
카메룬서도 보코하람 자폭 테러
"IS 잇단 테러로 세력 키우자
알카에다도 존재감 알리려 경쟁"

 이번 말리 호텔 인질극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들 간의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질극의 배후를 자처하는 알무라비툰은 알카에다 추종세력으로 분류된다. 경쟁 구도에 있는 이슬람국가(IS)가 지난 13일 파리 동시테러를 비롯해 레바논 베이루트 자폭테러(12일),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지난달 31일)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자, 알카에다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국제 사회에 부각시키기 위해 테러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종파를 가리지 않고 세력 확장에 방해가 되면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아 ‘역사상 가장 잔인한 테러집단’으로 불리는 IS도 처음에는 알카에다의 한 분파에 불과했다. 오사마 빈라덴은 1988년 자신의 정신적 스승인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의 거두 사이드 쿠틉(1906~1966)의 영향을 받아 알카에다를 처음 결성했다.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키며 악명을 떨친 빈라덴은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군에게 사살됐다. 지도자를 잃은 알카에다는 이후 세력이 약화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곳곳의 점조직으로 분화됐다.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의 지도자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지난해 6월 칼리프 국가를 선포하고 이슬람국가(IS)로 명칭을 변경했다. 알바그다디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알카에다 측 인사를 죽이면서 IS와 알카에다는 완전히 갈라섰다.

 IS가 빠른 속도로 시리아·이라크 지역 곳곳을 점령하며 세력을 키우자 보코하람·안사르 알사리아(AST) 등 신흥 테러단체들은 IS에 줄지어 복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알제리(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와 예멘(알카에다 예멘지부·AQAP), 말리(안사르 알딘) 등에서는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뉴욕타임스는 20일 “파리 연쇄테러와 말리 호텔 인질극은 IS와 알카에다가 벌이고 있는 지하드의 전략 및 목표 달성의 경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파리 테러의 총책이었던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는 1월 AQAP가 저지른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보고 조급해져서 테러를 서두르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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