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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괴로우니까 사람, 고민하니까 인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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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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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그 자리
맹난자 지음, 북인
472쪽, 1만8000원

사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인가. 진부하지만 회피하기 어려운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한 수필집이다. 저자 맹난자(73)씨는 나름 이 방면의 전문가다. 해외 유명 작가들의 묘지 기행문인 『인생은 아름다워라』, 동양 고전 『주역』을 쉽게 풀어 쓴 『주역에게 길을 묻다』 등이 그가 쓴 책들이다. 요컨대 맹씨는 문학과 예술, 동서양 종교와 철학사상 등을 폭넓게 소화해 전달하는 작업을 해왔다.

 신간은 그런 이력의 결정판이 다. ‘예술가의 우울증과 광기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등 11개 장의 제목은 하나같이 묵직하다. 그런 주제에 대한 탐색 끝에 도달하는 궁극의 질문은 결국 책 제목과 연관된다. 내가 떠나왔고 머지 않아 죽음이라는 인생의 통과의례를 거쳐 돌아가게 될 본지(本地) 혹은 본처(本處), 본래 그 자리는 어디이겠느냐는 것이다.

 맹씨는 주역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하지만 주역이 제시하는 대답이 독불장군처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자연현상은 결국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불교의 연기(緣起) 사상, 심지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고 노래한 시인 천상병의 문학 안에도 주역의 지혜와 일맥상통하는 생각의 실마리가 들어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존재의 실체에 대한 짧은 글을 모은 6장 ‘존재에 대하여’를 권하고 싶다. 인간 존재를 ‘색수상행식(色受相行識)’ 다섯 가지 구성요소로 설명하는 불교의 인간관, 인간 두뇌 안에 자아(自我)가 머무는 처소 같은 것은 없다는 자연과학의 주장 등을 소개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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