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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 "나가라 나가지말라" 옥신각신

중앙일보

입력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을 반대(왼쪽)하는 시민과 체류 유지를 바라는 불교 신도가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서 말싸움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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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문제를 놓고 불교계 신도들 간의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결정할 ‘화쟁위원회’가 열린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4명이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을 향해 “한상균은 조계사를 나가라”며 양손을 입에 대고 외쳤다.

외침을 듣던 한 여성 신도(이숙희·77·서울 불광동)가 이들에게 다가가 “부처님이 계시는 도량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되느냐? 나갈 사람은 당신이다”며 조용히 해 줄것을 요구 했다.

그러자 함께 온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한 남성은 “범법자를 보호하는 종교가 세상에 어딨냐?”고 되받아 쳤다. 이에 대해 여 신도는 “부처님은 살인자도 안아 사람으로 만든다”며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머물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결국,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을 반대하는 이들은 조계사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조계사 밖으로 나갔다.

수배 중인 한 위원장에 대한 시민들 간의 갈등은 조계사 밖에서도 이어졌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7개 보수단체 회원 150명은 이날 오후 2시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폭력 집회의 배후 세력인 한 위원장은 즉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조계사에 추방을 요구했다.

가까이서 시위를 지켜보던 정 모(81·서울 홍제동) 씨는 “자기 자식들이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어도 이렇게 추방해야 한다고 할까”라며 혀를 찼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19일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대해 "당사자, 정부 등과 함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 하겠다"며 중재 요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쟁위는 사회의 주요 갈등을 원효 스님의 '화쟁(和諍)사상'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조계종이 지난 2010년 6월 설립한 기구다.

사진·글 =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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