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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울 남대문, 부산 국제시장에 유통…중국산 에세 짝퉁은 밀반입 시도 적발

중앙일보

입력

담배 밀수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산 가짜 에쎄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홍콩에 정상적으로 수출한된 담배가 다시 국내로 밀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이 같은 방법으로 담배 밀수입을 해온 김모(54)씨 등 일당 11명을 관세법위반 혐의로 붙잡아 검찰에 고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홍콩으로 수출된 국산담배 1만6000보루(시가 7억원)를 중국에서 역으로 밀수입해 국내에 유통하고, 중국에서 가짜 국산담배 5만 보루(시가 23억원)를 제조해 국내 밀수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담뱃값이 인상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정상 수출된 담배를 다시 밀수입하거나, 가짜 담배를 밀수입하면 상당한 액수의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필터 담배의 세액은 지난해 갑당 1550원이었으나, 올해는 3318원으로 100% 이상 상승했다. 이 여파로 담뱃값 인상 전에는 사재기가 벌어졌고 최근에는 소량 밀수입은 물론 대규모 기업형 밀수도 시도되고 있다.

기업형 밀수 범행수법은 대담하고 조직적이다. 김씨 같은 담배 밀수조직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 지난해 10월 13일부터 12월 22일까지 21회에 걸쳐 국내 담배 제조사인 KT&G에서 지난해 9월 말 홍콩으로 정상 수출된 뒤 다시 중국으로 넘어간 진품 담배 1만5934보루를 컨테이너 속에 은닉해 인천항으로 밀수입했다. 이후 점조직 형태로 국내 유통하는 지능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총책 최모씨는 중국 광저우에 거주하는 중국 공급책 김모씨가 지정하는 환치기 계좌에 밀수자금을 송금했다. 공급책 김모씨는 홍콩 등지에서 중국으로 넘어온 국산 담배를 구입한 뒤 최씨가 지정한 중국 내 물류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담배를 선적했다. 통관 및 운송 브로커 박모씨 등이 담배를 인수해 부산 등지로 운반해주면 판매책 김모씨 등이 부산 국제시장, 서울 남대문시장 등에 담배를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가짜 담배 밀수조직 박모씨 등은 중국 복건성에 거주하는 브로커 조선족 손모씨를 통해 KT&G 브랜드 에세 가짜 담배를 제조해 밀수입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들 조직은 중국 복건성에서 가짜 담배를 제조해 밀수입하기로 상호 공모한 뒤, 올 5월 18일 계약금으로 31만8000위엔(한화 6000만원)을 지급해 중국에서 생산하던 중 부산세관에 적발됐다.

김윤식 관세청 조사총괄과장은 “이번 단속은 부산세관에서 정보 입수후 7개월간 19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잠복근무, 해외 현지조사 등 끈질긴 수사로 KT&G에서 제조·출고돼 수출·선적되는 전과정을 추적 조사했다”며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사용한 대포폰, 대포차량, 차명통장 등을 치밀하게 추적해 조직밀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담배통합관리시스템과 전자통관시스템을 구축해 담배 밀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그래서 가짜 담배를 식별하는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관세청은 유사한 형태의 밀수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수입물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국내 담배제조사의 협조를 받아 밀수입 담배가 국내 유통되는 담배와 쉽게 식별이 될 수 있도록 담배 외포장에 흡연 경고문구 크기와 면적을 확대 표시토록 해 밀수 요인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김동호 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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