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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명 총격전 중 자폭 "테러 총책 아바우드의 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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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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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4시25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 외곽 생드니의 코르비용가. 100명이 넘는 중무장 군과 경찰 특공대가 장조레스 광장 인근의 한 아파트 주변을 봉쇄했다. 지난 13일 3건의 연쇄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축구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2.4㎞ 떨어진 곳이다. 프랑스 군경은 생드니의 한 아파트에 테러 용의자들이 은신해 추가 테러를 계획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검거 작전에 나섰다. 헬기들이 주변 상공을 선회하며 아파트를 감시했다. 군경이 지역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했고 학교와 상점을 모두 문 닫게 했다.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했다.

프랑스, 테러범 검거 작전 7시간
테러 현장 휴대전화 활용해 감청
새벽 생드니 은신처 아파트 급습
테러범 격렬 저항 … 폭발음 7차례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휴대전화 감청을 통해 (파리 테러의 설계자)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파리에 있음을 확인했고 이 아파트에 숨었을 가능성이 있어 검거 작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은 테러 직후 벨기에로 도주한 8번째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과 테러 현장 폐쇄회로TV(CCTV) 판독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난 9번째 용의자도 함께 은신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25분까지 총 7시간에 걸친 작전으로 여성과 남성 용의자 2명이 숨지고 7명이 붙잡혔다. 여성 용의자는 군경이 아파트에 접근하자 AK-47 소총을 쏘며 저항하다 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살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이 여성은 아바우드의 아내”라고 했으나 프랑스 BFM TV는 “아바우드의 사촌”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은 경찰의 말을 인용, “이 여성이 아바우드의 은신처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죽은 남성은 교전 과정에서 숨졌다. 아바우드와 압데슬람이 현장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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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되는 테러범 추정 남성 파리 북부 교외 생드니에서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경찰에 체포돼 호송되고 있다. 프랑스 군경은 이날 생드니 코르비용가(街)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13일 파리 테러 설계자로 지목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생존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 등에 대한 체포 작전을 벌였다. [파리 AP=뉴시스]

 CNN은 경찰과 용의자들이 치열한 총격전을 벌였고 최소 7번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속옷 차림의 용의자 한 명이 은신처에서 끌려 나온 것을 마지막으로 작전이 종료됐다. 작전 과정에서 5명의 경찰이 다쳤고 부비트랩을 찾기 위해 투입된 군견 한 마리가 테러 용의자의 총에 맞아 죽었다.

 프랑스 정보당국은 지난 13일 8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 주변 쓰레기통에서 테러범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휴대전화에는 바타클랑 극장 지도와 당일 오후 9시42분에 발신된 “가자, 시작이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메시지 전송 시간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테러가 시작될 즈음이었다. 정보당국은 이 휴대전화를 단서로 테러 발생 수일 전 테러범 2명이 생드니의 아파트를 임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감시해 오다 이날 급습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마뉘엘 발스 총리, 장이브 르 드리앙 국방장관, 크리스티안 토비라 법무장관, 카즈뇌브 장관과 함께 엘리제궁에서 검거 작전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작전 종료 뒤 전국 시장협의회에 참석해 “프랑스는 전쟁 중에 있는 만큼 일시적으로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2년간 경찰을 5000명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검거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밝혔다.

 파리에서 가까우면서도 임대료가 싼 생드니에는 주민의 36%인 3만9000명의 이민자(2011년 기준)가 산다. 2005년 인종 차별과 만성적 실업으로 인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이민자 폭동이 일어났던 지역과 가깝다. 주민 대다수가 빈곤층이고 청년 실업률이 50%에 달한다.

파리=고정애 특파원, 서울=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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