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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보란 듯 … 평소처럼 카페서 식사하고 술 마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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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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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 파리 시민이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에서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에는 ‘나는 테라스에 있다’는 해시태그가 달렸다. [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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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공유되고 있는 사진. ‘모두 비스트로로!’라는 글씨 가운데에 평화 엠블럼과 에펠탑을 합성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진 트위터]

17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도심 바스티유 광장과 공화국 광장 근처는 목도리를 두르고 두꺼운 외투를 입은 채 테라스에서 식사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지난 13일 파리 테러 때 총기 난사가 있던 장소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이다. 시민들은 친구들과 식사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나는 테라스에 있다(#Jesuisenterrasse)”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파리 시민들 ‘카페 레지스탕스’
“공포에 떨면 테러가 이긴다”
총기 난사 인근 식당도 북적
NYT “애들이 테러 직시하게
동시에 안전하다고 알려줘야”

 17일 트위터·페이스북엔 ‘#TousauBistrot(모두 비스트로로)’ ‘#Tousenterrasse(모두 테라스로)’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파리 테러 이후 시민들이 “공포에 굴복할 수 없다”며 레스토랑과 간이 식당인 비스트로의 테라스에서 외식을 즐기자는 평화적 저항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범들이 지난 13일 파리 10·11구를 돌며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뒤 파리의 식당 손님이 크게 줄었다. 새 해시태그는 매출에 타격을 입은 음식점 주인들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시민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리베라시옹은 전했다.

 바스티유 광장에 있던 쥘리에트는 “파리지앵(파리에 사는 사람)에게 테라스는 삶의 일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또 파리 시민 클라라는 “공포에 굴복할 수 없다. 죽을 게 겁나 (테라스를) 떠날 수는 없으니 즐기는 게 낫다. 우리가 떠나면 테러리스트가 이기는 게 된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싫어하는 평화적인 행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테러 이후 검문이 강화된 프랑스 남동부 그르노블에서도 시민들이 “우리는 두렵지 않다”며 평소처럼 외식을 즐기는 사진을 연이어 올리기도 했다.

 ‘모두 비스트로로’ 운동을 그린 만평도 나왔다. 프랑스 만평 사이트 유르티캉은 “파리 카페들: 레지스탕스가 조직됐다”는 제목 아래 시민들이 포도주 상자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번갈아 보초를 서는 장면을 그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저항하던 지하조직 레지스탕스를 연상시키는 만평이다. 그림에서는 한 시민이 동료에게 “가서 좀 쉬어. 이제 내가 교대해서 망을 볼게(프랑스어로 ‘망을 보다’는 ‘한잔하다’라는 뜻도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만평은 한 남성이 “그놈들의 총은 우리 ‘물건’만 못하다고!”라고 말하는 프랑스인 특유의 낙천적인 모습을 담았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텔레비전·인터넷 등 미디어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만큼 어린이들에게 테러에 대해 숨기지 말고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NYT는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프랑수아즈 돌토(1908~88)의 “솔직하게 이야기하라”는 말을 인용한 뒤 “어린이들에게 테러 사실을 직시하게 하되 안전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테러리스트의 행동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는 말 대신 ‘나쁜 행동’ ‘범죄’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에 대한 불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할 때 ‘잠들었다’는 표현을 쓰면 아이들이 잠을 못 잘 수 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사망했다’고 표현하는 게 낫다”고 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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