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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방북 불끄기 바쁜 유엔 … “23일 간다” 보도 또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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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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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뉴스가 춤을 추고 있다.

신화통신 “23일부터 4일간” 보도
유엔 “내주 뉴욕에 있어 … 오보다”
“양측 다 의지 있어 성사 가능성”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이 변수

 지난 16일 연합뉴스의 ‘주 내 방북설’을 유엔이 부인한 데 이어, 18일엔 중국 신화통신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반 총장이 23일부터 약 4일간 북한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유엔 대변인은 즉각 “오보(wrong story)”라고 부인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반 총장은 다음주 북한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부인한 뒤 “반 총장은 다음주 대부분을 뉴욕에 있을 것이며, 이후 영연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몰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후 반 총장은 파리로 가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의 방북을 두고 언론 보도→유엔 부인→언론 보도→유엔 부인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북한과 유엔이 반 총장의 방북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 여부, 북한 핵 문제 등 의제 선정 등을 놓고 아직 합의가 안 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방북 관련 움직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유엔과 북한 사이에 일정 조정 등 협상 쟁점이 남은 상황에서 설익은 정보가 나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연합뉴스가 반 총장의 방북을 보도한 다음 날인 17일 신화통신 평양발 기사로 “반 총장의 평양 방문 건은 아직 확정 과정 중에 있다”고 했다. 당시 해당 기사는 평양발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했으나 정작 조선중앙통신엔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18일에도 신화통신은 조선중앙통신 등을 인용해 반 총장의 방북을 보도했지만 조선중앙통신은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다.

 뉴욕에 있는 유엔 북한대표부에선 17일(현지시간) 이흥식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회원국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이라며 “성사된다면 한반도 상황을 개선하고 유엔과 북한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북하기는 하는 건가=방북설이 불거진 뒤 반 총장 본인은 침묵하고 있다. 두자릭 유엔 대변인을 통해서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두자릭 대변인은 18일에도 “반 총장은 북한 방문을 포함,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떠한 건설적 역할이든 기꺼이 할 생각”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방북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엔 북한이 초청을 했으며, 유엔과 북측 사이에 일정 조율까지 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 모두 서로 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니, 상황에 따라 조만간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유엔의 공식 발표 전까지는 “아는 바가 없다”는 신중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반 총장 방북 보도가 나온 뒤 청와대는 “모른다”, 외교부·통일부는 “확인된 것이 없다” “아무런 공식 통보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반 총장은 한국인이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회원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관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언제 가나=유엔 관계자들은 “아직도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의제 협의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인권 상황과 김정은 제1위원장 등을 국제 사법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는 북한인권결의안 처리가 변수로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대변인 발표에 따르면 반 총장의 일정은 12월 초까지 꽉 차 있다. 영연방 정상회의는 11월 27~29일 열리며, COP21은 11월 30일~12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달력대로라면 11월 27일 이전이나 12월 11일 이후에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인권결의안이 변수다. 19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유엔은 12월 중순 이 결의안을 총회에서 공식 채택할 예정이다.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제재 문구를 담은 인권결의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흥식 외무성 순회대사도 뉴욕 기자회견에서 인권결의안을 “악의적 중상모략”이라며 폐기를 요구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전수진·유지혜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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