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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제블록 기싸움 … FTAAP 언급 피한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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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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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BAC(APEC 기업자문위원회)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 뒤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 방안 등을 주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회의를 했다. 왼쪽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박 대통령,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시 주석. [마닐라=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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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했다. [마닐라=박종근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첫 일정으로 ‘ABAC(APEC 기업자문위원회)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오바마·아베 등 12국 정상 TPP 회동
박 대통령·시진핑은 FTAAP 회의

 박 대통령은 ‘ABAC과의 대화’ 전체회의 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등과 함께 ABAC 소그룹 회의에 참석했다. 소그룹 회의 주제에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 방안 등이 포함됐다. FTAAP는 APEC에 참여하는 21개 회원국이 역내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자는 것으로 2006년 APEC 정상회의 때 제시돼 중국이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가속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21개 APEC 회원국 중 TPP에 참여한 일본 등 12개 국가 정상들과 별도 모임을 열었다. 미국과 중국이 마닐라에서 각각 TPP와 FTAAP를 놓고 경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이날 FTAAP의 실현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함께한 소그룹 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FTAAP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서비스산업은 아태 지역 총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큰 만큼 역내 경제성장은 물론 청년·여성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집중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FTAAP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중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사안을 거론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PEC에선 FTAAP 추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다만 APEC 사무국과의 서면 인터뷰에선 “한국은 역내 개도국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경험을 공유하는 ‘역량 강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은 FTAAP 실현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선진국·개도국 간 협상 역량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지역경제 통합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한·캐나다 정상회담=박 대통령은 이날 43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장에 먼저 온 박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트뤼도 총리는 두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님의 리더십으로 캐나다가 리얼 체인지(real change)를 성공적으로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했고 트뤼도 총리는 “터키(G20 정상회의)에서도 몇 말씀 나누긴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앉아 말씀드릴 기회가 있어 감사하다”고 답했다. 양국은 FTA 이행 촉진을 위해 공동위원회 등을 내년 상반기에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필리핀 내 한국인 피살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키노 3세 대통령은 “한국 국민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보호조치를 취해왔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호조치를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라구나 호안 고속도로 건설(28억 달러 규모) 등 모두 195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APEC 21개 회원국은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초안에 프랑스 파리를 겨냥한 이슬람국가(IS)의 테러와 관련,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을 강력 비판하고 테러리즘이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본가치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담았다.

마닐라(필리핀)=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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