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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운동화’ 복원과정 소설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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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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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전두환 정권 규탄 시위를 하다가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왼쪽). 세월이 흐르면서 심하게 손상됐던 운동화는 지난 6월 김겸 박사에 의해 복원됐다(오른쪽). [사진 이한열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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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가 복원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얘기를 들은 날부터 바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복원 과정을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거든요.”

밑창 100조각 나는 등 훼손 심각
올해 28주기 맞아 석달간 작업
소설가 김숨, 내년 초 출간 예정

 올해 제3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숨(41·아래 사진)씨는 고(故) 이한열 열사가 신었던 운동화를 복원하는 과정을 소설로 쓰고 있다. 1987년 6월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았을 때 신고 있었던 운동화는 세월이 지나면서 밑창이 100여 조각으로 부서지는 등 심각하게 훼손됐다.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47·김겸 미술품보존연구소 대표) 박사가 올해 이한열 열사의 28주기를 맞아 운동화 복원에 나섰다. 3개월간의 복원작업을 거친 운동화는 현재 이한열사업기념관에 전시돼있다.

 김 작가가 한 문화예술 아카데미에서 김 박사 강의를 들은 건 지난 4월이었다. “운동화란 것은 본래 개인적인 물건인데, 이 운동화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역사적인 유물이 됐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박사님께 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허락을 받아 집필에 들어갔습니다.”

 소설은 김 박사를 모델로 한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작가가 수개월간 김 박사의 연구실을 찾아 복원 과정을 지켜보고 인터뷰를 하면서 800장 분량의 초고가 완성됐다. 김 작가는 “복원에 대한 기초 지식만 있는 상태여서 화학약품이나 도구 등을 익히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운동화가 어떤 소재냐에 따라 복원 방법 등이 다 달라요. 그걸 이해하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구실을 여러 번 찾아갔는데 김 박사님 등 연구소 분들이 차근차근 자세히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됐어요.”

 소설의 제목은 ‘L의 운동화’다. 초고를 쓰는 동안 김 작가의 머리에 계속 떠오른 제목이라고 한다. 이한열 열사가 살았을 적 이야기도 취재해 소설에 반영했다. 김 작가는 “소설을 통해 개인의 사적인 물건이 역사적 의미를 지닌 물건으로 바뀌는 과정과 예술품 복원가의 자의식 등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소설은 올해 말까지 퇴고 과정을 거쳐 내년 초쯤 출간될 예정이다. 이한열기념관 이경란 관장은 “소설 속 이한열 열사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며 “이 열사의 어머니도 ‘고맙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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