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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vs 163㎞, 오늘밤 도쿄돔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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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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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힘의 정면대결이다.

오후 7시 ‘프리미어12’ 준결승
이대은, 올 지바롯데서 9승 거둬
김인식 “타자 잘 알아” 선발 낙점
“대한민국 이름 걸고 최선 다할 것”
직구 구위 오타니 못지 않지만
들쭉날쭉 변화구 제구가 관건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만나는 한국과 일본 대표팀은 똑같이 ‘탈(脫) 아시아’급 오른손 정통파 투수를 내세웠다. 1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4강전에 한국은 이대은(26·지바 롯데)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일본은 지난 15일 예선리그를 마친 뒤 일찌감치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를 4강전에 등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대회 개막전(일본 5-0 승)에서 맞붙었던 두 팀은 예선리그를 거쳐 4강전에서 다시 만났다. 한·일전 승자는 미국-멕시코 준결승(20일)에서 이긴 팀과 21일 결승에서 맞붙는다.

 18일 도쿄돔 훈련을 치른 선수들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지난 16일 쿠바와의 8강전을 치른 대표팀은 이날 새벽 4시30분에 모여 대만에서 일본으로 이동했다. 제대로 쉴 틈이 없었지만 선발 등판을 앞둔 이대은은 밝은 표정으로 가장 늦게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훈련을 이어갔다. 그는 “비행기를 타는 게 힘들었지만 틈틈이 쉬어서 괜찮다. 타자들이 오타니를 충분히 공략해 줄 것으로 믿는다. 나는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죽기살기로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대은과 오타니는 한·일 양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깔끔한 외모의 꽃미남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래서 이대은-오타니의 대결은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오타니는 프리미어 12를 통해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대표팀의 별칭)’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의 개막전에서 최고 시속 161㎞ 강속구와 147㎞대 포크볼을 앞세워 승리투수(6이닝 2피안타·10탈삼진)가 됐다. 고쿠보 히로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을 구성하면서부터 프로 3년생 오타니를 한국과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고쿠보 감독의 기대대로 오타니는 국제무대에서 괴력을 뿜어냈다.

 오타니는 지난 2012년 고시엔 전국대회에서 고교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시속 160㎞를 던졌다. 그래서 ‘괴물’이란 별명이 붙었다.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이 있었으나 오타니는 미국 진출의 꿈을 미루고 2013년 니혼햄에 입단했다. 그가 기록한 최고 스피드는 시속 163㎞다. 게다가 오타니는 프로에서는 매우 드물게 타자도 겸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10승(11승)-10홈런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가 됐다.

 이대은은 도전자 입장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이대은이 올해 일본에서 뛰었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을 잘 안다. 물론 일본 타자들도 이대은을 잘 알 것이다. (전력피칭으로) 60개 정도 던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일본과의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김광현은 2와3분의2이닝동안 안타 5개에 2점을 내주고 강판당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김광현의 대체 카드로 이대은을 내세웠다.

 지난 2008년 시카고 컵스에 계약금 81만 달러(약 9억5000만원)를 받고 입단한 이대은은 당당한 하드웨어(1m89㎝·90㎏)를 갖췄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로 올라가지 못하고 7년 동안 마이너리그에 머물다 올해 지바 롯데로 이적했다. 이대은은 지난 6월 24일 니혼햄전 이후 12경기(28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퍼시픽리그에서 5번째로 빠른 공(시속 155㎞)을 던지며 한 때 다승 1위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9승2패를 기록 중이던 8월 18일 니혼햄전에서 4와3분의2이닝 동안 6실점(1자책점)하며 무너진 뒤 7연패에 빠졌다. 당시 니혼햄 선발인 오타니(6피안타 완봉승)와 맞붙어 졌다. 이대은의 파워는 일본에서도 톱클래스 수준이다. 그러나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능력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구위가 좋을 땐 문제 없지만 스피드가 떨어지면 얻어맞았다.

 김 감독은 이대은을 12일 베네수엘라전(5이닝 2실점 승리) 이후 6일 동안 쉬도록 했다. 김 감독은 “이대은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맞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은은 “올 시즌 가장 좋았을 때만큼 컨디션이 올라왔다. 도쿄돔에선 타구가 잘 날아간다. 낮게 제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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