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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비자 입맛이 보통인가요 … 연구 안 하면 어림도 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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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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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립세종도서관에서 ‘식품 혁신과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김태영 BTC 대표, 권오란 이화여대 교수, 호르스트 크리스티안 랑고프스키 프라운호퍼 공정공학·포장연구소(IVV) 소장.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점점 현명해지는 소비자, 고령화, 1~2인 가구의 증가.’

국가식품클러스터 좌담회
막무가내식 판촉은 이제 안 통해
주소비층 된 1~2인 가구 겨냥 필요
그래서 정부 주도 클러스터 추진

 18일 세종시 국립세종도서관에서 열린 ‘식품 혁신과 국가식품클러스터’ 좌담회에서 나온 핵심 주제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식품 연구개발(R&D)의 주된 흐름을 이 세 가지로 전망했다. 좌담회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본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독일 프라운호퍼 공정공학·포장연구소(IVV)의 호르스트 크리스티안 랑고프스키 소장과 건강식품 원료 제조기업 BTC의 김태영 대표, 이화여대 권오란(식품영양학) 교수, 농식품부 이준원 식품산업정책실장이 참석했다.

 랑고프스키 소장은 “최근 유럽 식품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소비자 항의와 배상 소송(claim)”이라며 “식품의 효능을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시하지 않는 식품기업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대표는 “소비자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먹으면 좋다’는 과거와 같은 막무가내식의 판촉은 통하지 않는다”며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노령인구와 1~2인 가구가 식품의 주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먹기도 편하고 건강에도 좋은 천연 재료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와 투자 없이는 이들 계층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권오란 교수는 협업과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원료 개발에서 포장 기술까지 식품 연구개발은 단계별로 넘어가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결국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가 투자하고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에 이준원 실장은 “노령화에 따른 국민 건강·복지 산업으로써 식품 연구개발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세계 유례없이 한국에서 정부 주도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건설하는 목적도 거기에 있다”고 답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전북 익산 일대에 내년 말 들어서는 연구개발·수출 중심의 식품 전문 산업단지다. 랑고프스키 소장은 독일·네덜란드 같이 식품클러스터가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면서 “기업과 연구소, 정부기관 간 정보 교환을 촉진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집중된 협업 연구와 사업을 해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영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이 가진 식품기술 지적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하는 법률적 뒷받침도 클러스터 구축과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좌담회에선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발암물질로 발표한 일도 토론 주제에 올랐다. 랑고프스키 소장은 “소시지 등 가공육 주산지인 독일의 학자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겠지만 한국은 유럽과 북미 국가에 비해 붉은 고기와 가공육 소비가 매우 적다”며 “한국인에게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권오란 교수는 “20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인데 WHO의 발표로 인해 조그마한 위험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의 평균 섭취 수준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떤 계층이 과잉 섭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완 연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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