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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내게 한국어는 사랑"…한글 모르는 남편 위해 한글 배우는 덴마크 여성

중앙일보

입력

덴마크 아내는 한국어를 못하는 한국 입양아 남편을 위해 한글을 공부했다. 한국어를 할 수 있게 된 덴마크 아내의 꿈은 남편의 모국인 한국에서 사는 게 됐다. 덴마크 아내는 한국어를 ‘사랑’이라고 했다.

주(駐) 덴마크 대사관에서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한 덴마크 여성 소피 브로델슨(31)씨의 이야기다. 브로델슨씨는 “제 꿈은 남편의 한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와 함께 그의 모국에서 사는 것이다”고 말했다.

브로델슨씨의 남편은 스티크 브로델슨(한국이름 김영준)씨다. 영준씨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덴마트로 입양됐다. 한국말도 한국문화도 전혀 알지 못한다. 브로델슨씨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건 2014년 7월부터다.

브로델슨씨는 말하기 대회에서 “남편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저는 사랑하는 그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라며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그에게 한국어를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브로델슨씨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경제학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오르후스 지역에서 한국어 수업을 찾을 수 없었다. 브로델슨씨는 매일 아침 한국 라디오를 듣고 밤낮으로 따라하며 한국어를 독학했다.

브로델슨씨는 “공부를 하다가 외로운 느낌을 받았다. 누구에게도 한국어로 대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브로델슨씨는 운 좋게 오르후스 지역에서 한국인 교환학생을 만나게 됐다. 브로델슨씨는 “저의 한국어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사 저의 한국어 선생님이 되어 주셨다”라며 “그들과 대화를 하며 한국문화에 대해 더 많이 배웠다. 한국문화를 알아가면서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이름도 ‘김소희’로 짓게 됐다. 원래 ‘소피’라는 한국이름을 썼는데, 한국어 선생님이 ‘소희’로 이름을 바꿔줬다고 한다.

브로델슨씨는 지난 12월 남편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한국인을 만날 때마다 직접 한국말로 남편 영준씨의 사연을 소개해줬다고 한다. 브로델슨씨는 “누구나 제 서투른 한국말로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소 짓고 저희에게 무엇을 도와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라며 “이런 따뜻한 환영을 통해 직접 이미 들었던 단어 ‘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브로델 내년에는 남편과 함께 서강대에 1년 동안 방문교수로 머물면서 한국어 공부를 계속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브로델슨씨는 자신의 한국어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웹사이트(sofietokorea.com)도 운영하고 있다.

브로델슨씨는 “사랑하는 남편 때문에 시작된 저의 한국어 공부가 결국 한국을 사랑하게 만들었다”라며 “저에게 한국어는 사랑이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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