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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정상칼럼쇼 26회

다니엘 “외모가 신사여도 행동이 안 되어 있으면 뭐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JTBC '비정상회담'에 독일 대표로 출연 중인 다니엘 린데만(29)이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비정상칼럼쇼’에서 '신사의 자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방송에선 지난달 29일 본지에 기고한 칼럼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진정한 신사란 남을 돕는 사람을 주제로 . 이날 방송에는 JTBC 비정상회담에 함께 출연 중인 마크 테토(35ㆍ미국)와 알베르토 몬디(31ㆍ이탈리아), 새미 라샤드(26ㆍ이집트)도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비정상’멤버와의 일문일답 전문.

다니엘 “이번에 나는 ‘진정한 신사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칼럼을 썼다. 그 이유가 얼마 전 드라마 출연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에서 내가 30대 교사 역할을 하는데, 캐릭터 분석이 30대 교사고 '콜린 퍼스', '킹스맨'의 모습이라고 나온다. 신사고, 부드럽고 이런 캐릭터니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고, 캐릭터 해야 하니까 신사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괜히 007의 말투나 행동도 연구하게 되고 신사는 어떤 옷에 어떤 셔츠를 입으면 되는지, 어떤 구두를 신어야 하는지, 어떤 시계를 차야하는지, 와인도 공부하게 되고 별걸 다 공부하게 됐다. 그러다 얼마 전 친구들하고 라스베가스 여행을 다녀왔다. 나들이 다녀와서 어떤 주유소 옆에 형편이 어려운 여자가 앉아있는걸 봤다. 그 여자가 대마초도 피우고 혼자서 이상하게 웃고 있었는데, 친구들이랑 기분이 업 되어 있는 상태여서 약간 그 여자를 무시하는 멘트를 하면서 지나갔다. 그날 저녁에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계속 그런 고민 하게 되더라. ‘그건 과연 올바른 행동이었을까’, ‘신사라고 하고 아무리 외적인 면을 따져도 행동이 안 되어 있으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신사란 무엇인가 고민을 해보았다.”

-신사란 외적인 면이 아닌 ‘자기 마음씨가 어떠한가’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다니엘 “그렇다. 신사의 역사배경을 보면 영국의 귀족들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신사는 기사같이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어떤 존재를, 어떤 사람을 만나도 올바르고 예의 있게 행동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너, 매너와 마음가짐 말인가.

마크 “미국 영화도 보면 그런 이미지가 강하지 않나. 영화 ‘007’과 ‘킹스맨’을 보면 외모까지 신사적이다. 그런데 나는 외모와 외적인 것보다 행동, 그리고 나보다 다른 사람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회의 중에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거나 전화받거나 카톡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시대에 맞는 예의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알베르토 “지금 현대 사회에서 ‘신사라는 개념을 이야기해보자’고 말하면 오히려 마크가 말했던 것처럼 기본적인 예의, 아직까지 되게 많은 사람들이 안 지키거나 아예 모르는 그런 기본적인 예의를 논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택시 탈 때도 그럴 수 있다. 여자 분이나 어르신이 기다리고 계시면 먼저 탈 수 있게 해드리는 것 말이다. 내가 조금 희생하더라도 먼저 남을 배려하는 것. 그게 신사라고 생각한다. 옷과 같은 것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이태리 분이 옷이 별로라고 하니까 더 와 닿는다.

다니엘 “나는 옷은 아예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옷이라는 게 사실 처음엔 신사로서 돈 있는 척 하고 멋을 부린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또 생각해보니까, 드라마 캐릭터 분석에서도 그런 게 나오더라. 옷을 잘 입는다는 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내가 돈 있다고 보여주는 게 아니다. 미국에 가서 만약 오늘처럼 캐주얼하게 입고 어디 들어가면, 거기 서비스하는 직원들은 ‘Hey guys!’ 하고 인사한다. 그런데 양복입고 바 들어가면 ‘Welcome, Gentleman’이렇게 인사하더라. 옷을 다르게 입었더니 그쪽에서 행동하는 것도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옷이 날개다.

다니엘 “옷이 정말 중요하다. 남에 대한 예의지, 돈 있거나 멋있는 척하는 것 아닌 것 같다.”

알베르토 “나는 사실 외모랑 관련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옷이랑 외모 중시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차별도 생긴다. 옷 같은 경우는 물론 돈 있는 사람 입장에서 옷을 잘 입는 것은 쉽다.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 옷 잘 입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깨끗하고 깔끔하겐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외모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런던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남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다문화적인 도시고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은행에 가도 은행 직원이 피어싱이나 타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충분히 전문성이 있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태리에선 아직 그렇지 않다.”

-이태리에선 어떻기에?

알베르토 “아직까지 우린 외모로 판단한다. 나는 신사라는 걸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아까 말했던 것처럼 행동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선 사회 직위 때문에 남에게 대하는 행동이 달라지는 게 있지않나. 높은 사람을 대할 때 굉장히 잘 해드리고 낮은 사람을 대할 때는 좀 더 무시한다. 이런 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모나코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F1 조종사이기도 하고 유명하고 부자인 선수가 있는데 스타일이 굉장히 편안한 편이다. 모나코에서 슬리퍼 신고, 반팔 티셔츠 입고, 수염 기르고, 머리도 안 한 채 그대로 명품 매장에 들어갔다더라. 거기 직원이 그 사람을 못 알아보고 ‘죄송하지만 나가라, 여긴 명품이고 비싼 가게다, 나가라’고 했는데 거기서 그 사람이 ‘이 가게가 얼마인지 알려 달라, 내가 당장 사겠다’고 한 거다. 그만큼 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새미 “먼저, 나는 다니엘 형이 신사라고 생각한다. 신사를 정의할 때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집트 사람으로서, 신사란 자기 가족에게 잘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속담이 있다. ‘가족들에게 잘해주지 않는 놈은 누구에게도 잘해주지 못한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해서, 가정부터 잘해야 나라도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새미 “부모님께 말씀 드릴 때는 부모님보다 언성을 높이지 않고, 그런 사람은 밖에 나가서도 신사가 될 수 있다. 부모님 다음으로는 아내와 아이들한테 잘해주는 남자가 신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잘하면 나가서 어디서나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니엘 “그럼 이탈리아 사람들은 다 신사겠다. 어머니에게 잘하지 않나. 맘마미아~.”

-마지막으로, ‘한국 남자들이 신사가 되려면 이것만큼은 지켜주었으면 좋겠다’하는 것은?

다니엘 “나는 한국 남자들 중에 신사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본다. 특히 자기 여자 친구한테 말이다. 하지만 예쁜 사람이나 자기 여자 친구한테만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한테 잘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무거운 짐 들고 계신 할머니, 아니면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는 어머니 등 모든 사람한테 잘해 주는 것이 진정한 신사라고 생각한다.”

마크 “식사 중이거나 회의 중이면 핸드폰을 보거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미 “나는 한국 남자들이 신사가 되는데 크게 도움이 될 만한 걸 하나 알고 있다. ‘상대방 받아들여 주기?수용해주기’. 내가 잘해줘도 오해하거나 받아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걸림돌에 걸리게 되지 않나. 예를 들어, 한국엔 노인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문화는 있지만 젊은 여자에게 양보하는 문화는 없지 않나.”

- 예쁜 여자한테는 양보하는 사람 많은 것 같은데….

새미 “예쁘지 않아도, 젊더라도, 여자라는 이유로 ‘제가 대신 서겠습니다. 당신은 앉으세요‘ 라고 하려다 가도 꾀려고 하는 것처럼 생각이 들까봐 걱정된다. 내가 신사답게 행동하고 싶은데, 그런 생각이 들게 되면 안 한요.”

-실제로 그런 일을 당했던 적 있나. 양보했더니 “뭐에요 전화번호 따는 거에요?”하는 것?

새미 “그렇다. 이집트에서는 당연히 여자가 서 있으면 그게 예의가 아니다. ‘여자가 서있는데 어떻게 앉을 수 있지?’ 보통 일어서서 양보하고 끝이다. 작업은 전혀 아니다. 그래서 한국 남자들이 신사가 되려면 상대방도 수용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사가 되려면 쌍방향이 필요하다는 좋은 말이다.

다니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독일에서도 그렇다, 여자한테 보통 자리를 양보하는데, 한국에서 그랬더니 되게 이상하게 보더라. 하도 그런 일을 당하니까 아예 그냥 노선도 보는 척 하려고 일어난다. 어차피 일어났으니까.”

알베르토 “센스 있게 해야 한다. 일단 남한테 부담주면서 잘 해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니엘이 말한 것처럼, 누군가가 피곤해 보이면 본인이 조용히 일어나서 양보하면 된다.”

정리 김유진 인턴기자 kim.yoojin@joongang.co.kr
촬영 김상호·이진우·이정석·최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