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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IS 같은 폭력적 극단주의는 왜 생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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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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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한때 세계는 미국 9·11 테러 전과 후로 구분되었다. 지난 11월 13일 IS(이슬람국가)의 파리 테러로 세계는 다시 파리 테러의 전과 후로 나뉘고 있다. 세상은 더욱 불안해지고 인간의 삶은 더욱 불편해졌다. 프랑스는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고 항공모함을 급파했다. 미국도 공습을 강화했다. 초강대국들에 맞서 IS라는 집단이 혼자 버티는 모양새다.

 IS란 집단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주 단순히 이야기하면 이라크 내 과거 후세인의 잔당이다. 후세인 집권 시 군과 정부 요직에 있었던 인물들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극단적인 폭력성을 갖춘 ‘괴물’로 변했다는 점이다. 미군 점령하에서 집단수용소 생활을 거치면서 알카에다 등의 테러 이념과 결합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들은 이라크 북부 지역과 시리아 일부를 점거했다. 이곳에 이슬람 전성시대의 칼리프 국가(칼리프는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 후계자의 칭호)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국가’를 세우겠다는 점에서 알카에다와는 노선이 다르다.

 IS 탄생의 배경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세인 정권을 몰아낸 미국과 새로 출범한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 내 소수 수니파 세력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 이웃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도 자국 내 반대세력인 수니파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이 집단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지배하에 약 800만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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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교리를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IS는 범세계적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운동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로운 이슬람 시대를 복원한다는 비전에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열광하고 있다. 현재 100여 개국 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국제 테러 전사들이 IS에 가담하고 있다.

 파리 테러가 가져온 파장은 심각하다. 15~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도 테러 대응이 주요 의제가 되었다. IS를 ‘악(evil)’으로 규탄하면서도 뾰쪽한 대응책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임기 말의 오바마 행정부가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부시 행정부 당시 이라크에 침공했다가 엄청난 낭패를 본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 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이 경우 미국이 동맹국들에 동참 요청을 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 16억의 무슬림들은 이슬람이 테러리즘과 동일시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무슬림들은 불똥이 유럽으로 탈주한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들에게 튀지 않을까 크게 걱정한다. 유럽 국가들은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등장한 이들 난민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앞으로 한국도 테러 안전지대에 있다고 할 수 없다. IS의 공식 선전 잡지인 ‘다비크(Daviq)’는 반IS 국가 62개국에 한국도 포함시켜 놓고 있다. 중동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주재원·근로자·외교관들에 대한 납치 및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걸프 국가 및 이라크 지역의 우리 건설공사 현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 정부도 이들의 안전과 방호 문제를 포함한 세심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11 테러 당시 성안된 반테러대책법 입법도 다시 논의되고 있고 출입국 관리 강화 문제도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IS가 과연 미국 등 세계 최강대국 연합 세력과 싸우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수년 내 자체 붕괴하거나 정상 국가로 전환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관건은 군사적 해결이 아니라 800만 주민의 태도다. 이들의 마음을 누가 사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더 큰 근본적인 문제는 이 세계가 그동안 평평하게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 상황을 『문명의 충돌』(1996년 출간,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저서)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논리일 수 있다.

하지만 한때는 세계 문명을 이끌었던 이슬람 문화가 기독교 문화로 대표되는 서방 세계에 의해 종속되고 있다는 생각은 많은 무슬림을 좌절케 한다.

IT기술 발전과 세계화의 진전으로 이 세상은 더 평평하게 되었지만 국가와 개인의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세계 도처에 소외된 불만 세력들이 수없이 양산되고 있다. 한국의 한 젊은이가 IS에 가담한 것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1992년 『역사의 종언』이라는 저서를 통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역사 발전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했으며 더 이상의 역사 발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구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y)’가 도처에서 물이 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세계적 차원의 불만을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IS와 같은 극단주의 괴물이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신봉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