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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경찰, 공화국 광장 젊은이들에게 신분증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람들이 빙 둘러섰다. 손을 맞잡은 이들도 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원을 이뤘다. 그리고 1분간의 침묵.

16일 낮 12시 프랑스 파리의 공화국 광장에서 파리 연쇄 테러 희생자를 위한 묵념였다. 프랑스 전역에서 이뤄졌다. 다들 무거운 표정이었다. 일부는 눈물을 보였다. 그런 이를 살포시 안는 사람도 보였다.

광장에서 만난 파리 시민인 안토니는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겁 먹지 않고 평소처럼 살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10개월 만에 100명이 넘게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우린 강해져야 한다. 강해질 게다. 그러나 며칠 혹은 몇 주간은 거리의 많은 군인과 경찰들은 계속 보게 될 텐데 예전처럼 살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17일부터 공화국 광장에서 무장한 경찰들이 젊은이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추모 열기는 여전했다. 테러 현장엔 꽃다발과 초가 쌓였다. 공화국 광장의 조각상 주위도 추모물로 가득했다. 또 광장 바닥도 분필로 그린 그라피티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파리를 위한 기도’‘우리가 파리다’등 메시지가 담겼다. 또 피해자들을 기리는 트위터 계정(@ParisVictims)도 마련됐다. 테러 희생자들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알리는 듯했다.

8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의 극장주는 이날에야 비로소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비통해 했다.
테러 후 멈춰섰던 프랑스 사회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추가 테러 우려로 폐쇄됐던 학교와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은 다시 개장했다. 파리 도심은 교통체증으로 여기저기 막혔다. 관광객들도 줄었다곤 하나 명소들을 찾아다녔다.

그간 전세계 상징적 장소들이 프랑스에 연대감을 보이기 위해 프랑스 국기의 삼색(흰색·빨강·파랑) 조명을 하는 사이 내내 어둠 속에 있었던 에펠탑도 16일 밤부터 삼색 대열에 동참했다.

파리=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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