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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곰들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두산민국!

중앙일보

입력

 
"잘해 보자. 좋은 기(氣) 좀 줘."

지난 3일, 야구 대표팀 주장 정근우(33·한화)는 대표팀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두산 선수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반갑게 맞아줬다. 정근우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대표팀은 두산 선수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1차 목표인 8강을 넘어 준결승까지 안착했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에 가장 많은 선수를 보낸 팀은 한국시리즈 챔피언 두산이다. 장원준(30)·이현승(32)·김현수(27)·민병헌(28)·양의지(28)·오재원(30)·김재호(30)·허경민(25)까지 무려 8명이나 된다. 당초 6명이었지만 엔트리가 조정되면서 KS에서 컨디션이 좋았던 장원준과 허경민이 뒤늦게 합류한 결과다.

그 중에서도 대체선수로 선발된 장원준의 활약은 눈부시다. 장원준은 B조 예선 2차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7이닝 1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8일 개막전 패배로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살렸다. 4일 휴식 후 나선 16일 쿠바전에서 4와3분의2이닝 2실점하면서 4강 진출의 발판을 놓았다. 두산의 수호신 이현승은 대표팀에서도 확실한 '믿을맨'이다. 멕시코전과 미국전에서는 9회 동점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나와 불을 끄는 등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야수들의 활약도 빼어나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는 김현수(0.320) 뿐이지만 6명의 타율을 합치면 0.404나 된다. 타점도 한국 팀 전체(34개)의 절반 정도인 16개를 올렸다. 결승타도 김현수가 2개, 민병헌이 1개를 쳤다. 대만에 건너와 직접 경기를 지켜본 김태룡 두산 단장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두산 선수들은 지쳐있다. 정규시즌 144경기, 포스트시즌 14경기를 치르고 쉬지도 못한 채 합류했기 때문이다. 체력은 방전됐고, 자잘한 부상을 입은 선수도 많다. 포수 양의지는 포스트시즌 때 다친 엄지발가락 통증이 아직도 있다. 유격수 김재호는 발에 테이핑을 하고 경기를 뛰고 있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발등에 공을 맞은 민병헌도 꾹 참고 나간다. 그래도 대표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부장은 "쿠바와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 합류시간을 알려줬는데 그것보다 한 시간 일찍 왔다. 두산 선수들의 성실한 자세에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몸은 힘들지만 긍정적인 에너지가 대표팀 전체에 전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경기를 많이 하고 와서 감각이 있다. 우리 팀 선수가 많아 서로 이야기하고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현승은 "힘들지 않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꼼수는 절대 실력을 이길 수 었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타이중(대만)=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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