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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심 대낮에 박쥐 출몰…잠깐, 손으로 만졌다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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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코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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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코박쥐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환기를 시키기 위해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방충망에 박쥐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방충망을 흔들어도 미동이 없던 박쥐는 해가 지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최근 인천 지역 주택가에 박쥐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박쥐 관련 신고 건수는 13건이나 된다. 지난해 9건보다 44.4% 늘었다. 이 중 이달에만 3건이 접수됐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신고를 하지 않은 곳도 많은 만큼 박쥐 출몰 건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에도 "박쥐가 집안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집에 들어온 박쥐의 종류를 알고 싶다"는 신고가 매년 2~3건씩 이어지고 있다.
인천 부평구 십정동 등 구도심 지역은 물론 송도·청라국제도시 같은 첨단 도심 지역에서도 “박쥐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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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애기박쥐

주택가에서 주로 발견되는 박쥐는 '안주애기박쥐'다. 야행성으로 주로 수십 마리씩 집단 서식을 한다. 동굴은 물론 건물 사이나 처마밑 등 주거지에서도 발견된다.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연구관은 "사실 박쥐는 주택가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인데 야간에 활동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존재를 모르는 것"이라며 "재개발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동면을 앞두고 주택가에 출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에서 발견되지 않던 박쥐도 발견되고 있다.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출몰했던 박쥐 중에는 '관코박쥐'도 포함됐다. 주로 울창한 숲이나 폐광·동굴에서 서식하는 박쥐로 사람이 모여 사는 지역에선 발견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관코박쥐가 동면 장소 등을 찾아 이동하다가 아파트 방충망 등에 매달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쥐는 짧게는 20㎞에서 길게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오갈 정도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강화군이나 서울 북한산 등 수풀이 우거진 서식지를 벗어나 동면 장소를 찾아 이동하다가 잠시 머물렀다는 것이다.

한 연구관은 "도심 공원이 잘 꾸며졌다고 해도 관코박쥐의 서식지가 될 수 없다"며 "고층 아파트는 이동하는 박쥐에게 장애물이 되는 만큼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쥐는 메르스나 광견병 등 질병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만큼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며 "건물 외부에 박쥐가 붙어 있다면 잠을 자거나 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가만히 놔두거나 소방서 등으로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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