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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무슬림 “테러 나쁘지 않나, 택시 기사가 내게 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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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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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신도들이 16일 오후 서울 한남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신인섭 기자]

“택시를 타면 기사가 대뜸 ‘테러는 나쁜 거잖아요?’라고 물어요.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면 모두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16일 오전 서울 한남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국내 이슬람교의 본산)에서 만난 한국인 마호메트 리(41)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외국인들 ‘이슬람포비아’ 우려
“아들이 학교서 차별받을까 걱정”
“시선 부담스러워 거리 잘 안 나가”
일부 네티즌 “모스크 폐쇄해야”
“싸잡아 비난 말라” 옹호도 많아

 8년 전부터 이슬람교를 믿기 시작했다는 그는 “‘프랑스 파리 테러’와 ‘김군 이슬람국가(IS) 가입’ 등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매스컴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무슬림을 다루면서 무슬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최근 더 안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리 테러의 배후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로 지목되면서 13만5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거주 무슬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IS의 만행이 잇따르면서 한국민들이 IS와 이슬람을 단순히 동일시하고 그에 따라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 현상이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날 서울중앙성원의 분위기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다. 오전 6시에 열린 첫 예배에는 평소와 비슷한 2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석해 예배 인도자인 ‘이맘’을 따라 조용히 예배를 마쳤다. 이들은 율법에 따라 하루 다섯 차례 예배를 올린다. 그러나 취재진과 만난 무슬림들은 IS에 대한 불만과 이슬람포비아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파키스탄 출신인 카와자(42)는 “IS와 무슬림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데 그들이 다 테러리스트면 전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IS 테러 등으로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18세 아들이 학교에서 차별을 당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출신인 압둘 라프(32) 역시 “파리 테러 같은 일이 생길 땐 아무래도 조심스러워 거리를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이슬람포비아가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파리 테러범과 관련한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choi***)은 “정상적인 사람도 이상하게 만드는 게 이슬람”이라며 “우리나라도 이슬람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mmsh***) 역시 “평범해 보이는 무슬림도 속에 테러리스트의 사고를 갖고 있다”며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고 이슬람 외국인 노동자를 받으면 안 된다”는 댓글을 달았다. 실제로 지난 1월 수도권 소재의 한 사립대에서 파키스탄 유학생을 ‘테러단체 소속’이라고 신고하는 익명의 e메일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슬람포비아 자체를 혐오하는 반응도 많다. 한 트위터 사용자(@Dozi****)는 “이번 테러로 무슬림을 쓸어버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기본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유모씨는 “자기 종교만 옹호하고 남(이슬람교)을 욕해선 안 된다”며 “잘 모르면서 진리라고 말하면 그게 악”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군의 IS 가입이 이슬람에 대한 관심과 혐오를 동시에 확산시켰다고 설명한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이슬람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는 위험하다”며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에서 평화롭게 지내는 다수의 이슬람교도들이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리는 등 지속적인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채승기·김민관·박병현 기자 ch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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