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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에 맞선 과학] 달·지구 거리 정확히 잴 수 있는 건 암스트롱이 설치한 반사판 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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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리 눈에 보이는 추석 보름달의 크기는 언제나 같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해마다 작아지고 있다. 달이 지구에서 매년 3.8㎝씩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달 표면에 있는 레이저 반사판 덕분이다.

 달에 착륙한 최초의 인류를 실은 아폴로 11호와 그 뒤에 발사된 14, 15호는 착륙선과 함께 반사판을 달에 두고 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활용해 1969년부터 지구와 달의 거리를 재고 있다. 이 반사판은 유인 탐사선이 달에 착륙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음모론을 반박하는 증거 역할도 한다.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세계과학정상회의에 참석한 데이비드 밀러 NASA 기술책임자는 “달에 반사판이 없었다면 정밀한 거리를 측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사판을 이용해 달과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우주인이 달에 다녀왔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닐 암스트롱 등이 달에 설치한 반사판은 손가락 크기 정도의 프리즘 수백 개를 붙여 놓은 판이다. 지구에서 쏜 레이저는 달로 날아가 프리즘에 반사돼 지구로 돌아온다. 반사된 레이저가 도착하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잰다. 이 거리 측정에는 꽤 까다로운 작업이 수반된다. 달로 쏜 빛 입자(광자) 3000만 개 중 하나 정도만 지구로 반사돼 돌아오기 때문이다.

 달이 멀어지는 건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닷물 때문이다. 해저면과 바닷물 사이에서 생겨나는 마찰력 때문에 지구의 자전 속도는 서서히 조금씩 느려진다. 바닷물이 거대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 감소는 달의 공전에 영향을 미쳐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도록 한다. 과학자들은 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했던 순간 지구와 달 사이 거리는 24만㎞였던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거리는 38만㎞다. 14만㎞ 멀어졌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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