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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파리 테러는 인류에 대한 공격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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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3일의 금요일에 터진 파리 연쇄 테러는 프랑스만이 아닌 전 인류에 대한 공격이다. 최소 129명의 사망자와 35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이번 사건은 치밀하게 준비된 명백한 양민 학살이다. 죄 없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무슨 이유와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 역시 터져 나오는 분노를 참기 힘들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선언대로 이번 테러는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개방사회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향한 ‘전쟁 행위’다. 더 이상 이슬람국가(IS)의 만행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포로를 불태워 죽이고 어린아이까지 살해해온 그간의 악행만으로도 IS에 대한 군사적 응징은 정당화되고도 남는다. 알카에다·나치와 같은 광기 어린 집단에서 보듯 때로 인간은 끝없이 사악해질 수 있는 존재다.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거악이라면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철저히 응징하는 게 옳다. 악의 소탕은 말로서 되는 게 아니다. 단호한 군사적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그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IS의 암약을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그릇된 인식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IS는 인류가 감내할 수 있는 인내의 선을 확실히 넘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임해온 미국은 이제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 지상군 투입 등 보다 적극적인 전략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확인됐듯 기관총과 자살 폭탄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은 이 시간에도 세계를 휘젓고 다닐 것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급속한 통합으로 회원국 간 국경이 사라진 데다 중동 난민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언제든 또다시 스며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아시아 곳곳에서도 이들의 암약이 탐지되고 있다. 이제 IS를 중동에서 준동하는 지역적 테러 단체로 봐선 절대 안 된다. 최근 224명의 희생자를 낸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도 IS의 소행이라는 게 미국과 영국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지구촌 전체가 언제 어디서든 민간인을 향한 테러가 자행될 수 있는 전쟁터로 변한 셈이다.

 우리도 절대 방심할 수 없다. IS는 그간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서 활동 중인 미국 주도의 연합군 참여국가에 대해 테러를 감행하겠다고 거듭 경고한 바 있다. 한국도 이 그룹 멤버다. 마침 15일부터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테러에 대한 대응이 논의된다. 이번 기회에 IS를 소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면 한국도 마땅히 도와야 한다. 프랑스는 우리를 위해 피 흘린 한국전 참전국 아닌가.

 다만 주의해야 할 건 IS 응징이 이슬람 세계 전체와의 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부 테러 단체로 인해 이슬람 전체와 원수가 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문명 간 전쟁이 될 수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신속하고 단호하되 이성과 분별력을 발휘해야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