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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70억 인류 배설물 에너지로 바꾸면 한 해 최대 11조원 가치랍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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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적 가치가 충분한 배설물을 거름으로 주면 작물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다. 말려 태우면 열에너지의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설하는 ‘똥’을 합하면 약 41㎏에 달합니다. 지구의 인류가 70억 명이니, 연간 약 3000억㎏의 사람 똥이 배출되는 것이죠.

배설물의 재발견

이렇게 많은 배설물을 처리하는 비용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배설물을 단순히 비싼 돈을 들여 처리해야 할 골칫거리로 여기는 시대도 끝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똥이 주목받고 있으니까요. ‘똥 귀한 줄 모르는 소리’라는 말이 유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변과 소변은 물과 유기물질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타 성분으로는 죽은 세포와 박테리아·질소·칼슘·인·칼륨·탄소 등이 있습니다. 대변의 55∼75%는 물이고 나머지 25∼45%는 메탄가스 물질로 이뤄져 있습니다. 소변은 95% 정도가 물이고 나머지 5% 정도는 기타 요소로 이뤄져 있고요. 사람의 배설물은 농작물을 기르는 토양을 비옥하게 해 곡식을 잘 자라도록 하는 최고의 거름으로 꼽힙니다. 질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나 가치 있는 자원이죠.

배설물은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 가스로 재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연료용 가스를 바이오 가스라고 합니다. 대변을 커다란 탱크에 모은 뒤 메탄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 세균을 넣고 발효시키면 다량의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메탄가스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입니다. 매장량에 한계가 있는 석유·석탄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에너지입니다. 대변을 말려서 굳힐 경우 석탄과 비슷한 모양과 성분을 가진 대체 연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소변에는 1000ℓ당 600g의 인·칼륨, 900g의 유황이 함유돼 있어요. 더러운 것으로만 여겨졌던 배설물을 에너지로 사용한다면 사회적·환경적·경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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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 모아 깨끗한 물과 전기 생산하는 방법 개발

실내 화장실이 없어 야외에서 배변을 보는 전 세계 인구의 연간 배설물의 경제적 가치는 약 2억 달러(2259억원)에 달하고, 배설물을 에너지로 바꿨을 때 1000만 가정의 한 해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엔 산하 기관인 물·환경·건강 연구소(UNU-INWEH)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랍니다.

더 나아가 70억 명의 사람들이 한 해 배출하는 대변을 모아 에너지를 생산하면 그 가치가 연간 최소 16억 달러(1조8076억원)에서 최대 95억 달러(약 10조8000억원)에 이릅니다. 95억 달러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티오피아의 가정을 모두 합친 것에 해당하는 1억3800만 가정의 1년치 전력으로 쓰기에 충분하다고 하니 엄청난 액수죠.

막대한 경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왠지 배설물을 사용하는 게 찜찜한 사람이 있겠죠. 하지만 안전하게 사람의 배설물을 활용하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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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을 태워 증기를 거른 후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는 옴니프로세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이 설립한 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재단’은 오랜 연구를 통해 1000℃ 이상의 높은 온도로 배설물을 태워 그 증기를 걸러내고 먹을 수 있는 물로 만드는 ‘옴니프로세서’라는 기계를 개발했습니다. 10만 명의 배설물이면 8만6000ℓ의 물을 생산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4인 가구의 한 달 전력사용량인 250㎾의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똥을 물로 바꾸고 전기에너지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또 웨스트잉글랜드 대학과 영국 극빈자 구제기관인 옥스팜(Oxfam)의 연구원들은 사람의 소변을 활용해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화장실을 개발했습니다. 미생물이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거나 성장하기 위해 소변을 섭취하고 여기서 생기는 화학 반응으로 연료 전지가 작동하는 원리를 활용한 것입니다. 소변을 배설할 사람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위생적인 화장실과 전기 공급이 필요한 지역에 설치, 손쉽게 전기를 만드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자원 고갈 염려가 없는 친환경 에너지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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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을 모아 재생 에너지로 활용하는 실험이 유엔의 추진 하에 우간다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간다와 케냐는 배설물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교·교도소 등의 기관과 위생 시설이 없는 마을에서 나온 배설물을 모읍니다. 이를 수거해 에너지나 비료로 바꿉니다. 이때 생기는 경제적 이득으로 화장실 등 위생 시설을 짓고, 여기서 다시 배설물을 모아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배설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드는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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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과 오줌은 더 이상 비싼 돈을 주고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아닙니다. 위생적인 화장실, 깨끗한 물, 전기 등을 제공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생산적이기까지 합니다. 배설물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거죠. 앞으로 인류가 만들어낼 배설물은 더 이상 더러운 골칫거리가 아닌,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정광화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연구사 인터뷰

바이오 가스는 고갈 염려 없어

더럽게만 여겨지던 배설물은 유용한 에너지 자원인 바이오 가스로 바뀔 수 있습니다. 석탄·석유 대신 바이오 가스가 생활 속 에너지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죠. 배설물이 어떻게 에너지로 바뀌는지 알아봤습니다.

― 배설물은 어떻게 바이오 가스로 바뀌나요.

“배설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은 실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주로 가축의 배설물을 활용하죠. 가축이 먹는 사료엔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는데, 모두 흡수되지는 못하고 일부는 배설물의 형태로 밖으로 버려지게 됩니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살 수 있는 ‘혐기성 미생물’을 이용하면 배설물 속 영양분을 바이오 가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진 가스 에너지이기 때문에 바이오 가스라 불리죠.”

― 이런 에너지를 우리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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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려서 굳힌 배설물을 태우면 석탄이나 목탄과 비슷한 에너지를 낼 수 있다.

“물론입니다. 바이오 가스에는 불에 잘 타는 특성을 가진 메탄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도록 돕는 열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엔진을 작동시킬 수도 있어 발전기를 연결해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죠. 또 메탄의 순도(물질이 화학적으로 얼마만큼 순수한가를 나타내는 정도)를 높이는 기술을 적용하면 자동차 연료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석유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기술이죠.”

― 기존 화석 에너지에 비해 바이오 가스의 장점이 있다면.

“석유·석탄의 양은 한정돼 있어요. 언젠가는 다 써서 없어져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바이오 가스는 사람·가축이 배설 행동을 계속하는 한 계속 공급될 수 있죠. 환경보호에도 도움을 줘요. 화석 에너지를 태울 때는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하지만, 배설물을 이용한 바이오 가스 에너지는 그 양이 상대적으로 더 적기 때문에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 사람의 배설물과 가축의 배설물을 활용하는 것에 차이가 있나요.

“사실 사람이나 가축이나 배설물 구조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수분이 많은지 적은지 정도의 차이뿐이죠. 현재는 가축의 배설물로 바이오 가스를 만드는 기술이 주로 사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돼지·소의 배설물은 물이 섞인 액상형태라 수분이 많아 바이오 가스를 만드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죠. 물보단 영양성분이 많은 배설물에서 바이오 가스 원료를 많이 추출할 수 있거든요. 사람의 배설물을 사용할 수도 있어요. 가축에 비해 영양분도 넉넉하게 들어있는데다 바이오 가스로 사용될 성분도 많아 에너지 생산에 드는 시간·비용을 절약할 수 있답니다.”

배설물의 이동(처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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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화장실에서 용변을 봅니다. 그런데 한번이라도 똥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우리의 똥은 어디로 갔을까요?

1단계 | 화장실 몸에서 배설물을 내보내라는 신호를 보내면 바로 화장실로 향합니다. 변기에 앉아서 시원하게 일을 마치고 물을 내리면 배설물이 씻겨 내려가 사라지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배설물의 여정은 이제 시작입니다.

2단계 | 정화조 변기통 아래로 내려간 배설물은 정화조에 도착합니다. 정화조는 건물 지하나 땅속에 묻혀 있죠. 정화조로 유입된 배설물은 최대 2일 정도 머물며 약 50% 정도 정화된다고 합니다. 배설물은 제1부패조와 제2부패조라 불리는 시설에서 미생물에 의한 부패 과정을 거치고, 여과조 시설에서 이물질이 걸러지고, 방류조 시설에서 하수관을 따라 하수처리시설로 이동합니다.

3단계 | 하수처리장 정화조에서 배출된 오수(생활하수와 공장의 폐수)는 하수관을 따라 하수처리장(물재생센터)에 모입니다. 서울시 대부분의 지역은 오수관과 하수관이 구분돼 있지 않고 정화조에서 배출된 오수가 하수와 합쳐져서 처리장으로 이동합니다.

4단계 | 수처리시설 하수처리장에 도착한 하수는 여러 시설들을 거치며 정화됩니다. 그중 수처리시설은 침사지·최초침전지·반응조·최종침전지·여과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침사지를 통해 이물질을 제거한 하수는 최초침전지에서 약 2~3시간 정도 침전(액체 속 물질이 바닥으로 가라앉음)시켜 30~35% 분량의 오염물질을 제거합니다. 반응조에서 인이라 불리는 물질을 제거한 후 최종침전지에서 다시 약 3~5시간 정도 침전시켜 슬러지(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덩어리와 맑은 물을 분리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여과시설에서 재처리되면 배설물은 비교적 깨끗한 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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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 슬러지처리시설 수처리시설에서 발생된 슬러지는 기계식 농축기를 거쳐 농축돼 소화조라 불리는 시설로 이동합니다. 소화조에 도착한 슬러지는 35℃ 혐기상태(산소가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에서 약 20일 정도 분해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발생하는 가스는 처리장 내에서 재이용됩니다. 이후 슬러지 탈수기에서 수분 함류 80% 이하의 탈수케이크(슬러지를 탈수한 후 남은 고체 형태의 물질)로 만듭니다.

6단계 | 재활용 수처리시설을 거친 깨끗한 물은 강이나 하천으로 흘려 보냅니다. 탈수케이크는 수도권 매립지에 매립(우묵한 땅을 돌이나 흙 따위로 채움)되거나 바짝 말려 생활 자원으로 재활용됩니다.

글=김록환 기자·권소진 인턴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서울시 탄천물재생센터, 물·환경·건강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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