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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2016 대입 - 이슈와 책으로 본 논·구술 포인트①메르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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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도 수시 응시자에겐 대학별 논술·면접 고사가 남아 있죠. 과거보다 평이해졌다지만 여전히 시사 이슈와 인문·사회과학 책 지문이 많이 나와 대비하기 만만치 않습니다. 중앙일보가 만든 온라인 청소년 매체 TONG은 올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 가운데 논술 주제로 출제될 만한 것을 골라 6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기사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tong@joongang.co.kr 보내주세요. 채택된 글은 TONG에 소개되고, 권석천 중앙일보 사회2부장의 칼럼집 『정의를 부탁해』(동아시아) 저자 사인본을 드립니다. 한국의 현실을 예리하게 해부한 칼럼이 사회 보는 눈을 키워주고 논·구술 대비도 도와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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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①메르스 유행과 『눈먼 자들의 도시』 

[논점]
2015년 5월 말 이름도 생소한 신종 전염병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란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인수 공통 감염병에 온 사회가 일시 정지하는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 보건 당국과 의료계의 부실한 대응, 국민 불신이 맞물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민낯을 드러냈다. 예기치 못한 위기에 대처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 메르스 관련 기사와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의 한 대목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1000±50자로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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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해냄출판사, 1만4500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가 1995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규범과 가치관이 무너진 현대 사회를 고발하는 묵시론적 소설이다.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미지의 전염병으로 눈이 멀게 된 상황을 설정했다. 흔히 ‘눈이 멀었다’는 둥 ‘눈 뜨게 됐다’는 등의 표현은 여러 함축적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 세상이 오물로 뒤덮였지만 향수가 뿌려져 맡지 못하는 무지를 꼬집는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메르스 유행 당시 일부 학교에서 감염 확산을 우려해 메르스 치료 의료진의 자녀 등교를 막는 일이 있었다. 이같은 차별 행위가 과연 정당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 안전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도 논술 주제가 될 만하다.

[기사]
<중앙일보 2015년 6월 22일자 ‘동네 따돌림 더 괴롭다’ 요약>
“주변 엄마들이 바이러스 덩어리 보듯 저를 슬금슬금 피해요. 게다가 아이들까지 죄인 취급하니 메르스에 걸려 아팠던 것보다 지금 받는 정신적 고통이 더 괴로워요.” 경기도에 사는 A씨는 긴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시어머니에게 간을 떼어 준 그는 이날 갑자기 열이 올라 병원을 갔다. 지난달 31일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고, 5일 근육통 증세가 나타났다. A씨는 11일간의 격리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그는 “누군가가 내 온 몸을 야구방망이로 때리듯 아팠다. 아무도 없는 좁은 격리 병실에서 죽고 싶을 만큼 아픈 고통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퇴원한 그를 기다린 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이었다. A씨가 확진받은 뒤 남편과 두 자녀는 자가격리에 들어가 외부와 접촉이 없었다. 그런데도 ‘마녀 사냥’이 벌어졌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스스로 신원을 밝히라. 너희들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안전은 안중에 없느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10일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A씨가 사는 곳과 동선이 공개됐다. 동네, 아파트 이름, 가족 관련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그 뒤 A씨의 신상이 노출됐다. 인터넷에는 이를 근거로 추적한 A씨의 실명까지 돌았다. A씨 남편은 직장에 부인이 메르스 확진자라는 소문이 퍼져 고초를 겪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공개한 것으로 환자를 노출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다. 13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라 환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21일 “며칠 전 보건소 직원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두근거려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주변 학부모들이 시교육청에 그의 자녀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공개하라고 민원을 넣자 교육청 측이 보건소에 확인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남편과 자녀는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상태다. 의심 증세도 나타나지 않았다.

[책 지문]
-『눈먼 자들의 도시』 p51 일부 발췌
보건부의 전화 교환수에게 한참 애원한 끝에 간신히 연결된 하급 공무원에게 자신이 중요하고 긴급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의사라고 소개해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공무원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야 상관에게 연결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책임감 있는 의사라면 처음 이야기하게 된 하급 공무원에게 실명 전염병의 발발을 알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랬다가는 곧바로 공황이 일어날 테니까. 전화를 받은 공무원은 대꾸했다. 의사라고 하셨죠, 내가 선생 말을 믿기를 바란다면, 그래요, 물론 나는 선생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나도 지휘 체계에 속한 사람이고, 따라서 선생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밝히지 않는다면 윗분에게 이야기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건 비밀인데요. 비밀이라면 전화로 이야기할 수가 없죠. 직접 이곳으로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난 집을 나갈 수가 없죠. 아파서 그렇다는 말씀입니까. 네, 아파요, 눈이 먼 의사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의사한테 전화해 보시지요, 진짜 의사한테 말입니다, 공무원은 그렇게 빈정거리더니, 자신의 재치에 기분 좋아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 p461 일부 발췌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의사의 아내는 일어나 창으로 갔다. 그녀는 쓰레기로 가득찬 거리,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노래 부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보였다. 내 차례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눈길을 얼른 아래로 돌렸다.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정리=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도움=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원장(보건사회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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