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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응답하라 폴크스바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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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기환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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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요즘 폴크스바겐 차량 소유주는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다. 배기가스 조작 사태도 모자라 국내 소비자 보상 역차별 논란까지 더해지면서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9일(현지시간) 북미 지역 디젤차 소유주 48만2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00달러(약 116만원) 상당의 상품권·바우처를 제공하고 3년간 무상수리 혜택을 준다고 발표했다. 앞서 6일(현지시간)엔 “이번 사태로 유럽 소비자들이 추가로 부담할 어떤 세금도 폴크스바겐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소비자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폴크스바겐코리아는 “현재 진행 중인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라 보상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정부가 조작 사실을 적발해 사후 처리하는 단계인 미국과 (조사 중인)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절차상 정부 발표가 나와야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어폐가 있다. 폴크스바겐 본사는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배기가스 조작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라’란 전제 조건은 듣기에 따라 조사 결과 정부가 배기가스 조작을 밝혀내지 못하면 보상을 하지 않거나 미국 소비자보다 작은 규모로 보상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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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게다가 유럽에선 정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보상 계획을 밝혔다. 국내 폴크스바겐 소유주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미국에서 ‘사기를 쳤다’고 인정해 놓고선 한국에선 ‘재판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하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할인, 무이자 할부 마케팅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9월 사태가 불거진 뒤 구체적인 보상책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재고를 떨고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우군’이었던 폴크스바겐 소유자 인터넷 카페엔 “내 차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는데 할부 이자 내라는 알림 메시지만 보내와 배신감을 느낀다” “사과 편지 한 장 달랑 보내 놓고 프로모션에만 매달리는 폴크스바겐은 당해 봐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중고차 값은 뚝뚝 떨어지고 내 차가 판매 중단될지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서 “응답하라 폴크스바겐!”이란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게 당연하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 교수는 “폴크스바겐 본사가 조작을 시인한 만큼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는 선례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홈페이지에 한 달째 떠 있는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란 메시지가 허망해 보였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