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공천을 놓고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맞붙은 서울 종로에서 당내 경선이 12일 사실상 시작됐다. 이곳에서만 내리 3선(16ㆍ17ㆍ18대)을 지낸 박진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출발의 신호탄”이라며 출마의 뜻을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오 전 시장은 종로가 아니라도 갈 곳이 많다”며 “비례대표를 하면서 당을 위해 다른 지역까지 열심히 기여할 수 있고,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건 데 대해) 자숙하면서 백의종군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미지 정치나 여론몰이 정치는 이제 구태 정치”라며 종로에서 나고 자란 본인의 이미지를 한껏 강조했다.
그는 “정치가 아무리 험해도 인간적인 의리나 신뢰가 더 중요하다”거나 “정치는 정도(正道)로 가는 게 중요하다”며 오 전 시장을 향한 섭섭한 마음도 드러냈다. ‘박 전 의원이 경쟁력을 갖추면 종로 출마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오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해선 “그가 빠지는게 제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다.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박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엔 정의화 국회의장과 현직 종로 국회의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도 참석했다. 종로 출마설이 돌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출판기념회에 들러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박 전 의원은 “안 전 대법관이 이 자리에 오신 건 저에게 힘을 실어주시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에 입문하시면 함께 뛸 수 있는 좋은 분”이라고 했다.
박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마무리될 이날 오후 2시, 오세훈 전 시장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프레스센터에서 강연회를 열고 맞불을 놓았다. 선진화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오 전 시장은 ‘매력있는 나라 존경받는 나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서울시장직을 내려놓은 지난 2011년 8월 이후 행적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받는 세빛둥둥섬에 대해 “21세기 창조경제에선 랜드마크가 경쟁력”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 대해선 “DDP가 들어서면서 한국이 문화 허브가 됐다”며 “일본 도쿄와 홍콩에서 하던 제품 론칭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기 시작했다”며 서울시장 재직 당시 치적을 알리는데 힘썼다.
하지만 오 전 시장도 박 전 의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엔 왜 참석하지 않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감정적으로 날이 선 상태에서 참석하는건 정치적 행보일 뿐”이라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향후 종로에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선 “이제 막 지역구로 이사를 왔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만 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