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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성심당 임영진 대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팁도 받았어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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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쉴새 없이 구워내는 성심당 본점 1층은 빵 천지다. 방금 나온 따듯한 빵을 시식용으로 큼지막하게 잘라낸다. ‘이러다 망하지 않을까?’ 잠깐 걱정했지만 사람들의 양손에 빵이 가득한 걸 보니 그럴 리는 없어 보인다. 먹음직스러운 ‘카카오 순정’을 시식하고 나니 이런 문구가 눈에 띈다. ‘성심당은 대전의 문화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당시 먹을 빵을 댄 빵집이자, 그날 팔고 남은 빵은 모두 기부해 ‘착한 빵집’이라고도 불리는 성심당.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며 대전을 찾는 관광객이 꼭 들리는 맛집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틈바구니에서 대를 이어 장수하는 성심당의 비결은 단순히 손맛 뿐일까? TONG기자단이 성심당을 찾아가 임영진 대표와 김미진 이사(임영진 대표의 아내)에게 직접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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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성심당이 60주년이라고 들었는데요. 대표님은 성심당에 근무한지 얼마나 되셨나요. 

교황청 훈장 받은 임영진 대표 부부 인터뷰
대전 토박이가 뽑은 성심당 최고의 빵은…

(임 대표) “40년 정도 됐어요. 대학 다니면서도 틈틈이 빵을 만들었죠. 시간 날 때마다 배달도 했고요.”

– 대표님보다 더 오래된 제빵사도 있나요. 

(임 대표) “40년 넘은 분이 계세요. 근속은 아니고요, 중간에 나가서 빵집을 운영하다 다시 돌아오셨어요. 또 25년째 근무 중인 직원이 있어요. 고등학생 때 실습생으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지요. 보통은 ‘자기 빵집’을 차리려고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된 성심당은 1970년대 은행동으로 이전해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성장하였다. 미미한 시작이었지만 2008년 대한민국 외식 경영대상 수상, 2009년 대한민국 제과 보건 복지부 장관상 수상, 2011년 3대 30년 추억의 명소로 선정되는 등 큰 발전을 이루어냈다. 특히 2013, 4년은 SNS를 타고 전국이 성심당으로 들썩거린 해였다. 뿐만 아니라 성심당 케익부띠끄도 신설되었다.

– 10대 때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임 대표) “모범생은 아니었어요. 딱히 튀지 않았고 평범했어요. 사춘기에는 부모님 속도 좀 썩이고요. 그런데 친구들이 제게 ‘같이 오토바이 타고 놀아도 항상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그러더라고요. 종교의 힘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성심당은 그 이름처럼 “모든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라”는 가톨릭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된 빵집이다.

– 지난 9월에는 나눔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 받아 교황청이 수여하는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기사 훈장’을 받으셨어요.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임 대표) “교황이 드시던 빵 달라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와요. 또 교황의 메시지를 관심 있게 보게 되고, 더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 교황이 드시던 빵이 뭔가요?

(임 대표) “아르헨티나 분이지만 이탈리아에 계시니까 이탈리아식 바게트 빵인 치아바타와 프랑스 빵인 바게트를 주로 드셨고요. 간식으로 이탈리아 케이크(티라미수)와 타르트, 그리고 초콜릿 등을 드셨어요. 팁(100유로)도 받았어요. 바티칸 직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하셔서 초콜릿이랑 이것 저것 포장해드렸더니 50유로 두 장을 보내셨더라고요. 집에 잘 보관하고 있어요. 나중에 성심당 기념관을 만들면 전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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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매장을 둘러보며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임영진 대표

– 한 달에 1000만원 정도의 빵을 기부한다고 들었어요. 성심당만의 나눔 철학이 있나요?

(임 대표) “지금은 한 달에 3000만원 정도 기부합니다.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 사람들이라면 능력이 닿는 한 도우려고 합니다.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주시던 저희 아버지(1대 임길순 회장)를 생각하며 살아야죠.”

– 그러고 나면 남는 게 있나요?

(임 대표) “이윤만을 위해 빵을 파는 것은 아니에요. 배고프면 밥을 먹듯이, 잘 버니까 도와주는 거예요. 많이 못 벌면 도와줄 수도 없잖아요. ”

– 이제 연말이에요. 날도 추워지고, 크리스마스도 다가옵니다. 특별한 연말 계획 있으신가요? 

(김 이사)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건 없어요. 매일 빵을 만들어야 해서 어린이날 같은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가족끼리 놀러 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아들이 어렸을 때 ‘부모님을 성심당에 빼앗긴 것 같다’고 해 마음이 짠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더 많은 형제들(직원)이 생긴 것 같아 고맙다네요.”

– 대표님에 이어 아들도 가업을 이어 받기로 했다고요.

(임 대표) “요즘 취업하기 힘드니까요. 그런데 가업승계프로그램에 가보면 가업을 잇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아들이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버지가 믿고 맡기지 못하기도 하고요. 이어 받겠다고 하니 고맙죠.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여기(성심당)에서 빵 만들다가 제빵 공부하러 일본에 가 있습니다.”

– 82년 일본 신혼여행 때 후쿠오카 ‘몽블랑’ 빵집에서 처음 생크림 케이크를 맛본 후 국내 최초 생크림 케이크인 ‘3분 케이크’를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유럽이 아닌 일본을 참고하는 이유가 있나요.

(임 대표) “유럽 사람들은 빵이 주식이고 저희는 간식이라 빵을 소비하는 문화가 다르죠. 또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도 있어요. 파리 출장 때 바게뜨를 한입 베어 무는데 굉장히 딱딱하더라고요. 아마 한국인 10명 중 5명은 이 빵을 먹으면 잇몸에서 피가 날 겁니다. 일본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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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진 대표, 서예린(가운데), 이민주 TONG학생기자

–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비결이 손맛이라던데요.

(임 대표) “우리는 하루 종일 빵을 만들어요. 바로 옆에서 만드니까 냉동 할 필요가 없죠. 기계로 할 필요도 없고요. 방금 만든 신선한 빵 맛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게 되면 이렇게 하기 힘들겠죠.”

– 그래도 장사가 잘되면 욕심이 날 것 같은데요. 

(김 이사) “30년 넘게 대표님 옆에서 바라보니, 대표님은 굉장히 뿌리가 깊은 사람이에요. 핵심에만 집중하는 편이죠. 요즘처럼 사업이 잘될 때는 달콤한 유혹들이 굉장히 많은데 흔들리지 않더라고요. 인내의 대가이기도 해요. 그 덕에 지금의 성심당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남자는 아니에요. (웃음)”

– 마지막으로 1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임 대표) “이제 곧 수능이죠? 수능 끝나면 시험 망했다고 비관해 자살하는 소식이 들려오면 너무 안타까워요.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인생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인생이 다 끝난 거 같다가도 새로운 기회들이 다가 와요. 생각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하죠.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지 말기를 바랍니다. 가능성은 무한하니까요.”

대전 고교생들이 뽑은 성심당 최고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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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토박이 TONG기자단 대전여고 지부와 함께 대전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고등학생 125명을 대상으로 ‘자주먹는 성심당 빵’을 조사해봤다. BEST 5를 뽑으려 했으나 공동 5위가 많아 총 7종이 됐다.

1등 튀김소보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것이 매력이다. 바삭한 소보로와 촉촉한 팥을 함께 먹으니 질리지 않는다. 특히 바로 구워낸 따끈따끈한 튀김소보로 맛은 더 대박!”

2등 판타롱 부추빵
“부드러운 식빵의 담백함과 파릇파릇 향긋한 부추, 그리고 계란의 조합이 환상이다.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이 빵을 매우 좋아한다고.”

3등 카카오 순정
“빵 전체가 초콜릿으로 덮여있고 호두가 촘촘하게 박혀있다. 속에는 가나슈(초콜릿 크림)가 들어있어 무척 달다. 칼로리 걱정이 되는 모양새지만 한 번 먹어보면 멈출 수 없는 빵.”

4등 튀소구마
“튀김소보로 35주년을 기념해 생겨난 튀김소보로 동생. 겉은 같지만 속이 다르다. 고구마가 들어있고 깨가 뿌려져 고소하다. 부추빵의 동생도 나오길 기대중.”

공동 5등 월넛브래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넉넉한 크기가 마음에 든다. 또 호두를 비롯한 견과류가 듬뿍 올라가 있다. 속에도 견과류가 들어있어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공동 5등 대전 부르스떡
“팥과 견과류가 들어있어 매우 부드러운 찹쌀떡이다. 인터뷰 도중 ‘대전부르스’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부모님들 세대는 모두 안다는 ‘대전부르스’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져 대전을 대표하는 제품!”

공동 5등 찹쌀주먹밥
“한마디로 삼각주먹밥을 튀긴 빵이다. 일단 삼각김밥보다 맛있다. 밥과 김, 해물로 만들어서 먹고나면 아주 든든하다. 특히 비오는 날에는 금방 팔리기 때문에 서둘러 가야 맛볼 수 있다.”

글=성슬기 인턴기자, 서예린·이민주(대전여고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대전여자고등학교지부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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