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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 e메일 답장도 척척 “물리학 논문 쓸 날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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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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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대면 원하는 언어로 번역 구글이 공개한 머신러닝을 활용한 자동번역 기술. 단순히 텍스트를 번역하는 게 아니라 현실 이미지·배경을 그대로 활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포르투갈어로 나와 있는 ‘위험’ 표지판을 스마트폰 화면에 비추면 이를 영어로 번역해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사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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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앨범에 이름 검색하면 자동 분류 특정 인물의 이름으로 사진을 검색하면 해당 인물이 찍힌 사진이 자동으로 정렬되는 구글포토.

쓰레기(스팸)메일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분류해 삭제하고 자주 오는 e메일에는 스스로 짧은 답장도 보낸다. 특정 이름으로 사진 앨범을 검색하면 해당 인물이 찍힌 사진이 자동으로 정렬된다. 구글이 10일 ‘더 매직 인 더 머신’이라는 주제로 일본 도쿄에서 공개한 ‘머신러닝(기계학습)’ 신기술이다.

인공지능 엔진 ‘텐서플로’ 공개
구글, 전 세계 개발자 활용 포석
의사보다 MRI 정확하게 진단
각종 해킹 공격도 선제적 방어
슈밋 회장 “덜 기계적이면서
더 인간 친화적인 기술 추구”

 구글이 머신러닝을 통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연다.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은 이날 행사에 화상회의로 참여해 “머신러닝은 덜 기계적이면서 더 인간 친화적인 기술을 추구한다”며 “구글 조직 전체가 머신러닝에 집중하고 있으며 구글의 서비스도 이를 기반해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신러닝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컴퓨터를 사람처럼 학습시켜 인지·판단·예측 능력을 키우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구글의 ‘스마트 리플라이’가 대표적이다. 컴퓨터가 e메일의 패턴·단어 등을 파악해 사용자가 간단한 답변을 보내는 e메일을 추린다. 추후 비슷한 내용의 e메일이 오면 사용자가 과거에 보낸 답변을 그대로 회신하는 식이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자동번역, 지능형 로봇 등도 머신러닝 활용 사례다.

 구글은 또 AI 엔진 ‘텐서플로’를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했다. 앞으로 세계 개발자들이 이를 이용해 AI 수준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슈밋 회장은 “텐서플로를 많이 사용할수록 구글 머신러닝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머신러닝에서 가장 앞선다는 구글이 소스를 개방한 것은 획기적이다. 여기에는 관련 생태계를 넓히고 플랫폼을 구축해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머신러닝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티센크루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를 엘리베이터 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속도·온도·출입문 작동 기록 등을 자체적으로 분석해 사고가 발생하기 전 점검시점을 알려준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등에서는 각종 리서치 자료와 고객 투자 성향 등을 분석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아이비’라는 호텔 서비스는 문자메시지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실시간 응대한다.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스’는 욕설을 하거나 게임을 일부러 방해하는 이용자들을 이 기술로 걸러내고 있다.

 구글이 꿈꾸는 세상은 이보다 더 나아갔다. 풍부한 데이터를 가진 컴퓨터가 X선·MRI 등 각종 임상 정보를 분석해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교통량·도로망을 파악한 자율운행 자동차가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현대 IT사회를 위협하는 각종 해킹 공격을 사전에 감지해 선제적으로 방어한다.

 앞으로 머신러닝이 가전제품·자동차·웨어러블 등에 적용되면서 사물인터넷(IoT)으로 묶이게 될 경우 파급력은 엄청나다. 구글뿐만 아니라 IBM·MS·애플·아마존·삼성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머신러닝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이유다.

 AI의 발전으로 인간이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인간처럼 사고(思考)하는 일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인간의 의식은 아직 컴퓨터가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기에는 계산할 수 없는 변수와 불확실한 정보가 많다는 것이다.

 슈밋 회장의 답도 “아직은 아니다”였다. 그는 “사람이 기계에 원하는 일은 청소·설거지와 같은 허드렛일”이라며 “이 정도 일을 하는 AI가 나오기까지도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머신러닝의 최종 종착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남겼다. 그는 “답변하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컴퓨터가 물리학 논문을 쓸 수 있는 수준을 꿈꾼다”고 여운을 남겼다.

도쿄=전영선 기자, 손해용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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