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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 하루 3시간 지식 늘지만 기억력 쇠퇴 ‘디지털 치매’ 현상 현실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2호 14면

온갖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활용해 더 똑똑해진 신(新)인류를 일컬어 ‘호모 스마트포누스(Homo smartphonus)’라고 한다. 하지만 하루 평균 3시간을 스마트폰에 매달려 살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가 흔해졌고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때는 큰 혼란을 겪기도 한다. 스마트폰 사용의 역설이다.


한국인들은 평일 하루 평균 3시간(2시간57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휴일에도 평균 2시간30분을 사용해 별 차이가 없다. 19~29세의 젊은 층 중에는 하루 5시간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절반이나 된다. 중앙SUNDAY 여론조사팀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21일 조사한 결과다. 젊은 층이 아니더라도 21.3%는 하루에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능 세 가지를 고르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전화통화(72.7%)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e메일 등 커뮤니케이션 이용(74.9%)이 더 많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이 59.7%, 영화·게임 등 여가활동은 24.7%였다.

그래픽 최종윤

전화통화보다 SNS 기능 더 사용본지 조사에서 배우자나 애인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거나(14.3%) 자녀의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22.5%) 경우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디지털 치매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를 “디지털 기기가 정보를 저장했다가 늘 제공할 것으로 믿는 바람에 따로 기억하지 않고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 개수가 평균 7개로 나타났다. 20대(19~29세)는 6개, 30대는 7개로 오히려 40·50대 8개보다 적었다. 10개 이상 기억하는 비율도 20대가 25.5%로 60세 이상의 25.2%와 차이가 없었다. 현재 20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휴대전화를 사용해 온 탓으로 추정된다. 20대 중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지 6년 이상 된 비율은 88%였다.


반대로 가장 친한 친구 전화번호를 기억하느냐는 질문에는 46.9%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4.5%로 가장 낮았고 40대가 60.7%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39.4%였다. 20~30대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친구와 자주 통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치매 현상은 외국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업체인 카스퍼스키랩(Kaspersky Lab)이 유럽 6개국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결과를 보면 33.5%는 배우자나 애인의 전화번호를, 53%는 자녀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지식에 접근하는 속도와 양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일관성이나 논리가 부족해지는 단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정보를 그림 형태로 머릿속에 기억하게 되는데 그림은 기억을 되살리기 쉽지만 여기에 익숙해지면 그림 형태가 아닌 기억은 잊어버릴 위험이 더 커진다.


브렌진 두뇌개발협회 박나영 원장은 “디지털 치매는 뇌를 덜 사용한 탓인데 우뇌를 잘 사용하지 않으면서 기억력 감퇴가 앞당겨진 것”이라며 “뇌에 자극을 주고 안 쓰던 뇌를 사용하는 훈련을 하면 디지털 치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중독연구소 이영초 소장은 “잠자리에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기나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는 등 원칙을 세워 놓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실·도난 미리 대비해 충격 줄여야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했을 때 돌아오는 피해는 적지 않다. 동재완(24·대학생·서울 잠실)씨는 “지난 여름방학 때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학교 졸업작품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시간이 앞당겨진 것을 스마트폰 캘린더에 메모해 놓고는 까맣게 잊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당장 겪게 되는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사진·전화번호 등 저장된 정보를 들이대며 범죄에 이용하기도 한다. 분실·도난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이상진 교수는 “항상 도난·탈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진·전화번호·일정 등 데이터 자체를 자주 백업하는 등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 등에서 제공하는 동기화 서비스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을 분실해도 데이터를 다시 살릴 수 있다. 데이터 원격삭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미리 ‘킬 스위치’ 기능을 설정해 놓아야 한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파이웨어를 걸러 주는 앱을 설치해 주기적으로 검사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사이트를 사칭한 앱 등 검증받지 않은 앱을 함부로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핸드폰찾기콜센터의 조원일 과장은 “국내에서 연간 230만 대의 휴대전화가 분실된다. 이 가운데 130만 대만 찾아가고 100만 대는 주인을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핸드폰찾기콜센터에서는 ‘핸드폰 메아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분실된 휴대전화가 우체통이나 경찰서 등을 통해 핸드폰찾기콜센터에 접수될 경우 즉시 e메일로 주인에게 알려 주는 서비스다.


강찬수기자, 정현웅 인턴기자(성균관대 철학과 3년)?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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