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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KU-MAGIC’ 프로젝트] 감염병 정복, 맞춤형 의료, 스마트 에이징…한국의 두뇌집단 질병 퇴치 위해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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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훌륭한 연구계획도 인력과 결과물이 흩어져 있으면 첨단 치료법의 결실로 이어지기 어렵다. 논문에 그치거나 상용화되지 못한 채 기초연구 단계에 머무르기 일쑤다. 최근 연구의 융합과 산업화가 중요시되는 이유다. 국내에 융·복합 연구를 위한 시도는 많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부족과 소통의 한계 탓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초로 의학·보건학·약학을 비롯해 공학·생명과학까지 아우르는 연구 역량을 한데 모으는 거대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고려대학교가 올 9월 발족한 ‘KU-MAGIC(Medical Applied R&D Global Initiative Center)’ 프로젝트다. KU-MAGIC은 융·복합 연구의 한국형 성공 모델을 제시한다.

줄기세포 연구로 암 극복
미래형 기능성 식품도 개발
매년 리서치 페스티벌 열어

 KU-MAGIC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 극복’이다. 각 분야의 연구진이 이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흩어져 있는 인력과 인프라를 한곳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의과대학,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 보건과학대학, 생명과학대학, 약학대학, 이과대학, 공과대학, 간호대학 등 바이오·메디컬 관련 연구 전 분야가 투입된다. 대학·의료원·의료과학센터를 연계하는 ‘바이오·메디컬 융·복합 프로젝트’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평균수명 연장과 고령사회 진입은 건강과 안전에 대해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겨줬다”며 “KU-MAGIC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려대만의, 고려대식의 해답”이라고 말했다.

인류 위협하는 질병 극복이 목표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것은 뚜렷하다. 크게 네 가지를 핵심 주제로 삼았다.

 첫째가 바이러스 및 감염병이다. 다분야 협력을 통해 원인·예방·진단·치료로 이어지는 일관된 연구혁신 체계를 정립해 신종 감염병을 정복하겠다는 것이다. 고대는 이미 모범적인 선례가 있다. 바로 세계적인 바이러스의 대가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다. 세계 최초로 유행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 바이러스(Hantaan Virus)’를 발견한 의학자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 발견에 그치지 않고 진단법과 예방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백신 ‘한타박스’는 국내 기술로 만든 신약 1호다. 질병의 원인 규명부터 진단·예방·치료법 개발까지 질환 정복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일관된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이 교수의 사례는 혁신적인 융·복합 연구 사례이기도 하다. KU-MAGIC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표본인 셈이다.

둘째는 미래형 의료기기 개발이다. IT·BT를 융합해 첨단 진단·치료기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난치성 질환의 혁신적인 진단키트와 마커를 개발해 조기 발견과 예방을 강화하는 것이다. 고려대는 정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한 상태다. 한편으로는 아이디어 발굴과 기술사업화, 수익 창출, 연구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연구의 지속성을 제고하는 것도 기대효과 중 하나다.

 셋째는 개인 맞춤형 의료다. 유전체·단백질 연구, 빅데이터 분석,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차세대 암 치료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마지막은 스마트 에이징이다. 감염병·암 등 삶을 위협하는 질환에서 자유로워지더라도 삶의 질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치매 등 뇌·신경·인지기능 질환, 만성질환, 퇴행성 질환에 대한 예방·치료법을 제시하고 미래형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KU-MAGIC 프로젝트는 질병 극복뿐 아니라 극복 후 세상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는 셈이다. 고려대 김우경 의무부총장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의 슬로건이 바로 환자 중심 병원과 연구 중심 병원”이라며 “의료의 새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의료기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분야 연구진이 협업해 시너지 확인

다분야의 연구진이 한 목표 아래 시너지를 내는 것은 가능할까. 고려대는 성공적인 협력 가능성을 이미 확인했다. 고려대의료원 주최로 매년 열리는 리서치 페스티벌(KU HT·BT Research Festival)을 통해서다. 이 행사는 보건의료·바이오 분야에서 학제 간 소통과 네트워킹의 장을 여는 학술행사다. 고려대 과학기술대학·의과대학·생명과학대학·간호대학·보건과학대학·공과대학·이과대학 교수진이 고루 연자로 나서 연구성과를 교류한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KU-MAGIC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 4개 분야별로 연구 발표가 이뤄졌다. 각 분야의 연구자가 공통된 주제로 학술행사를 갖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각 분야 간 칸막이를 없애고 문호를 개방했다. 지난 3일 열린 리서치 페스티벌은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를 맞았다.

글로벌 네트워킹으로 시스템 강화

고려대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발족에 앞서 선진 연구시스템을 면밀히 검토했다. 고려대 본부와 의료원 핵심 인력이 컬럼비아의과대학, 코넬대의료원, 미국국립보건원 임상센터, 존스홉킨스대의 몽고메리 캠퍼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 IEM(institute of Engineering in Medicine) 등 세계적인 대학·기관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들은 성공적인 산학협력과 다학제·융합 연구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들의 연구시스템을 비교해 장점을 취했다. 국내 환경에 맞는 이상적인 프로젝트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A-STAR(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학(King’s College London),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 미국 스탠퍼드대, 텍사스 메디컬센터 등 세계적인 바이오·메디컬 연구기관 50여 곳과 미래 의료기술 연구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내년 안암에 착공하는 최첨단 융·복합 의료센터의 밑그림은 이렇게 그려졌다. KU-MAGIC 프로젝트가 한국형 융합 연구 모델로 꼽히는 이유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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