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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쿠키 어때요, 등재 신청 기다리면 늦어 선제 대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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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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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 130분 동안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 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끝장 토론’으로 화제가 된 지난해 3월과 9월, 올 5월에 이어 네 번째다.

박 대통령 130분 회의 주재
“잡초처럼 자라는 규제, 계속 뽑길”
법제처장 “부처 협업해 개혁 홍보”
대통령 “그렇게 간단히 되나” 웃음
중소기업 인증 규제 113개 손질
전경련 “피부 와닿는 개혁 드물어”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과 관련된 많은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앞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법안들을 조속히 심사해 통과시켜 주는 것이 19대 국회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토론 중 규제개혁과 관련해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 시장에 내놓으면 벌써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 이렇게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기 때문에 규제개혁도 빨리빨리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인증제도 정비도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규제 인증 이런 것을 그냥 내버려 두면 잡초같이 계속 자란다”며 “계속 들여다보고 뽑아내야 할 것은 뽑아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선 ‘곤충의 식품 원료 인정’ 문제가 화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토론장에 준비된 곤충 쿠키를 가리키며 “어떠셨어요, 맛이”라고 관심을 보였다. 곤충 식품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기업인의 요청에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식약처에선 한시적 식품 원료를 그냥 일반식품 원료로 등재만 요청하면 식품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공고를 완료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등재하면 허락을 하는 식은 속도가 늦으니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선 “ 규제개혁이라는 것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제정부 법제처장이 “관계 부처와 협업해 규제개혁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그렇게 간단하게 됩니까”라고 해 웃음이 터졌다.

 정부는 회의에서 신산업 활성화 발목을 잡는 ‘손톱 밑 가시’를 손보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중소기업에 과도한 비용·시간을 부담시키는 각종 인증 규제 36건을 폐지하고 77건은 개선하기로 했다. 유사한 내용의 중복 규제와 해외엔 없고 국내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정리 대상이다. 돈가스에 치즈를 섞어 만들 경우 고기에 대해 축산물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더라도 완제품에 식품 HACCP을 재차 받아야 하는 절차를 하나로 통합했다. 또 붙박이가구 완제품을 통째로 시험기구에 넣어 검사하던 친환경가구 인증을 국제기준에 맞게 샘플 시험으로 바꿨다. 국무조정실은 현재 203개의 인증 규제를 2016년 말까지 131개로 줄이면 매년 수수료·시험검사·인건비로 나가는 비용 542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모든 국가 산업단지에 3D 프린터 제작 등 신산업 입주가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놨다. 또 가정에서 대문 잠금장치와 인터폰 등은 하나의 통신 방식을 사용하도록 했다. 천영길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과장은 “아파트 조명과 침입 방지장치 등을 하나로 묶는 제도를 마련해주면 관련 상품이 쏟아져 수출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무인항공기 개발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국토교통부·산업부가 공동 지침을 마련해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시험운행 장소를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기 시장 확대를 위해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은 제품은 지금보다 시장에 더 빨리 출시하도록 허용키로 했다.

 재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고용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장은 “중소기업에 부담이 됐던 인증 규제를 공격적으로 줄여주겠다고 밝힌 만큼 방향 자체는 옳다”고 말했다. 다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규제개혁은 드물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원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선 내년 2월부터 무인자동차 시험운행을 가능하도록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뤄질지는 내년이 돼 봐야 아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용호·천인성 기자, 세종=김민상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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