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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용돈연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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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가장 절실한 게 뭘까요. 두 가지입니다. 소득과 건강이지요. 늙어서도 일을 해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식에게 손을 벌리기도 그렇고요. 자식들도 먹고 살기가 빠듯해 노부모를 봉양하기 쉽지 않겠지요. 이럴 때 필요한 게 국민연금이랍니다. 연금으로 노후 생활비를 다 댈 수는 없겠지만 생애평균소득의 40~50%는 충당해야 하지요. 세계은행은 공적연금으로 40%를, 국제노동기구(ILO)는 40~50%를 지급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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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그런데 한국의 연금은 생애평균소득의 21.9%만 보장한답니다. 본인이 평생 연금에 가입한 기간(보험료를 낸 기간) 평균 소득의 21.9%를 보장한다는 뜻이지요. 전문용어로는 소득대체율이라고 합니다. 국제기구 권고치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지요. 그래서 '무늬만 연금'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아요.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용돈연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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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용돈연금인지 한번 볼까요. 7월 말 현재 367만명이 평균 33만원을 받고 있어요. 이 중 국민연금 가입기간(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10~19년 된 사람은 41만원, 20년이 넘은 사람은 88만원을 받고요. 2인 가구 최저생계비(105만원)에도 못 미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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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는 국민연금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민연금의 역할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87%가 '국민연금=용돈연금'이라는 주장에 공감을 표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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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보험료율이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지요. 적게 내고 적게 받게 돼 있어요. 지난 5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할 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 문제를 두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걸 기억하나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 국민연금이 너무 미미하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는 카드를 불쑥 꺼냈지요. 이 때문에 국회에 ‘공적연금 강화 및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와 특위가 만들어졌어요. 사회적 기구의 활동은 지난달 말  끝났답니다. 여기에서 ‘보험료-소득대체율 인상’ 안건은 갑론을박만 하다가 결론을 못 내고 사회적 기구가 문을 닫았지요. 소득상한선 조정, 크레디트 확대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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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를 많이 올리기는 쉽지 않아요. 대안으로 떠오른 게 소득상한선 인상이랍니다. 이게 뭐냐고 하면요, 보험료(9%)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소득입니다. 월급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그런데 421만원으로 상한이 설정돼 있어요. 1000만원을 벌어도 421만원으로 간주한답니다. 너무 낮은 것 같지 않나요. 1995~2010년 15년 동안 360만원으로 묶어놓는 바람에 현실과 영 맞지 않아요. 이 상한선에 걸린 사람이 220만명 가량 된답니다. 이걸 올려야 해요. 그러면 220만명은 보험료가 오르고 연금도 올라요. 421만원 밑에 있는 사람은 보험료는 오르지 않고 연금이 오르고요.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한선을 올리는 게 중요하지요. 그런데도 사회적 기구가 이를 외면하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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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아직 기회는 있답니다. 국회 특위 가동시한은 이달 25일입니다. 그 때까지 국회가 책임지고 논의하든지, 시간이 부족하면 시한을 연장해서라도 이 문제를 풀고 지나가야 하지요. 정부는 535조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2018년(국민연금 재정재계산)에 논의하자고 해요. 돈이 필요하면 약간의 보험료를 올릴 수도 있을 거예요. 미룬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죠. 정부가 15년 간 소득상한선을 360만원으로 방치했으면 됐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려 들면 안 돼요.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19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제발 이 문제라도 풀고 끝내면 안 될까요. 은퇴자나 노인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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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뇨.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이렇게 반문하는 전문가도 있어요. 국민연금 평균액이 33만원인데, 매달 노인에게 고정적으로 나오는 33만원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여기에다 기초연금 20만원을 더하면 소위 ‘공적 연금’으로 53만원을 받는 셈이니, 이 정도면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라는 거죠. 국민연금을 시행한지 27년 밖에 안 된데다 보험료가 선진국의 절반 가량 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연금을 평가하는 지표는 소득대체율입니다. 한국은 39.6%(국제비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6%로 비슷하다는 거지요. 보험료율은 한국이 9%, OECD 평균이 19.6%인 점을 내세워요. 게다가 낸 돈에 비해 많이 받게 후하게 설계된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거지요.

연금을 많이 받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올려야 해요. 지금도 보험료 9%를 내기 힘든 사람이 많아 지역가입자의 40% 가량이 납부예외자로 분류돼 보험료를 내지 않습니다. 직장인은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주지만 지역가입자는 본인이 다 내야 하고요. 이런 점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면 지역가입자의 이탈이 증가해 사각지대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지요.

본지는 이런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용돈연금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봅니다. 20년 가입해봤자 100만원도 채 안 된다면 어떻게 연금을 믿고 노후를 맡기겠습니까. 어떡하든 간에 연금이 용돈연금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역가입자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면 단시일에 보험료를 올리기는 쉽지 않지요.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는 거지요. 대표적인 게 소득상한선 인상이어서 이걸 제 1의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다음으로 출산·양육·군복무·기술교육 등에 들어간 기간을 보험료 납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크레디트 제도를 확대하자는 겁니다. 영국 같은 나라는 잘못 투옥된 기간을 보험료 납입기간으로 인정해주요. 일본은 학창시절 보험료를 취직 후에 납부할 수 있게 하고요. 이런 갖가지 크레디트 제도가 뒤따라야 22년 밖에 안 되는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어요. 가입기간이 늘면 연금이 늘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어느 쪽에 공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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