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년간 눈 딱 감고 공부하게 … 기숙형 대학 새 실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기사 이미지

이호성 영남이공대 총장은 “전문대가 생존하려면 강도 높은 교육을 통해 실력 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전문대의 살 길이 무엇이냐고요? 실력 있는 학생을 배출하는 거죠.”

이호성 영남이공대 총장
어학·전공 특강 … 수강료 학교 부담
스파르타 교육으로 취업난 뚫을 것

 이호성(56) 영남이공대 총장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지난 3일 대구시 대명동 영남이공대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실력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실험은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이다. 학생 300명을 대학 기숙사에 입소시켜 2년간 강도 높은 교육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숙사반 학생들은 정규 강의 수강 외에 주중 하루 4시간30분씩 특별 수업을 받게 된다. 오전 7시30분~9시 토익·토플 강좌를, 오후 7~10시 전공 특강을 듣는다. 수강료는 학교 측이 전액 부담한다.

 우선 올 겨울방학 중 현재 1학년 학생 120명을 선발해 시범 운영한다. 내년 초에도 신입생 120명을 선발하고 2017년엔 아예 기숙사반 전형을 통해 300명을 뽑는다. 이를 위해 기존 기숙사 외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기숙사를 내년 2월까지 건립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마친 학생 중 60%는 대기업에 취업시키고 30%는 4년제 유수 대학에 편입시킨다는 게 이 총장의 의욕적인 목표다. 학교 측의 ‘취업문 뚫기’는 이미 시작됐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대외협력담당 부총장이 삼성·현대 등 국내 대기업을 돌며 이 제도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기숙형 대학은 이 총장의 아이디어다. 제자들의 10년 후 모습을 생각하다 떠올렸다고 한다. 실력이 없으면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없고, 취직을 하더라도 제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 총장은 “전문대 2년 과정은 너무 짧다”며 “시간 낭비를 줄이고 동료에게 자극을 받으면서 공부에 몰두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수와 학생들의 우려도 있다. ‘스파르타식’ 교육이 자율을 중시하는 대학에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장은 이를 고려해 지원하는 학생과 부모에게 일일이 서면 동의를 받을 생각이다. 교수들에게는 “제자의 성공에 학교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설득하고 있다. 그는 “교수가 힘들어야 학생이 행복하다는 말도 있지 않으냐”고 했다.

 이 총장은 2009년 취임 이후 다양한 시도를 했다. ‘반값 등록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학생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총 210억원으로 1인당 평균 350만원꼴이다. 각종 자격증을 따거나 토익 등의 성적이 오르면 최고 1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장학금은 교비와 각종 국가지원사업을 통해 확보한다. 매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바비큐 파티를 열고 오페라·뮤지컬·연극도 관람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 환경이 학습 분위기를 좌우한다”며 40억원을 들여 교내 모든 화장실을 최신식으로 바꾼 일화도 있다.

 이 총장은 “학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꿈을 갖고 학업에 매진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영남대 금속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8년 영남대 재단 소속인 이 대학에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