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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 한국 외교, 남중국해 더 큰 숙제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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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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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3일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두 달간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 외교도 잠깐 숨을 돌렸다.

숨가빴던 동북아 외교 일정
한·일 정상회담 산 넘었지만
G20, APEC, 아세안+3 회의
11월 다자외교 무대 줄이어

 가을 외교의 시작은 한·중 정상회담(9월 2일)이었다. 뒤이은 한·미 정상회담, 한·일·중 3국 정상회의, 한·일 정상회담은 동북아 외교지형을 불안정에서 안정으로 재배치하는 게 주안점이었다. 살얼음 같은 일정들의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한·중 정상회담 후 양국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라”는 경고를 북한에 했고, 북한은 도발 없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넘겼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북핵 문제에 대한 별도의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펜타곤(미 국방부) 방문 등을 통해 미국 조야에 확산되고 있던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완화한 게 가장 큰 성과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재개한 주최국으로서 원심력으로 멀어지는 3국을 묶었다. 그 결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으며 3년6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도 열렸다.

 고려대 김성한 국제대학원 교수는 “3국 정상회의 재개 등을 통해 한국이 동북아 지역의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됐다”며 “그동안 한·미·일 3국 협력을 삐걱대게 한 한·일 관계가 어느 정도 정상화된 만큼 한·미·일 안보 협력도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을 외교의 수확에 취해 있기는 아직 이르다. 한국의 가을 외교가 동북아를 무대로 한 주요 국가들과의 양자 관계에 주력했다면 이젠 더 넓은 무대에서의 다자 외교가 기다리고 있다. 15일이 ‘초겨울 다자 외교’의 시작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5∼16일·터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8∼19일·필리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동아시아정상회의(21∼22일·말레이시아) 등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라는 큰 산을 넘은 한국이지만 다자 무대도 만만치 않다. 당장의 불은 남중국해 문제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 때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정도의 간접적인 압박을 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다자 무대에선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 APEC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다. 여기서 남중국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재현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남중국해 문제가 거론되면 한국은 난감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현재 한국의 입장은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3국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추진도 다자회의의 과제다. RCEP는 아세안에서 첫 구상을 한 것인 만큼 이들 국가의 협조가 필요하다. 아세안+3 회의에 한·중·일 정상들이 모두 참석할 경우 서울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의 속편이 된다. 중국은 아세안+3에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한다. 다자회의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지도 관심이다. NHK는 3일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국제회의 등의 기회를 통해 논의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일 관계 못지않게 껄끄러운 중국과 일본의 만남도 관심거리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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