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수석의 직격 인터뷰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중앙일보

입력 2015.11.04 00:49

업데이트 2015.11.0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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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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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는 “압록강 통일 프로젝트가 중국 대륙과 한반도 모두에 아시아의 등불 같은 도시계획”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비핵화 대체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선 기자]

천재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천재는 사람들이 뻔히 보면서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할 때 그것을 깨닫는 사람이다. 눈앞에 있는 현실에만 코를 박고 있으면 미래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기고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은 김석철(72) 명지대 석좌교수는 현실보다 미래에 관심이 많다. 천리안은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0세기 최고의 도시설계가로 꼽히는 우량륭 중국 칭화대 건축도시연구소장은 김 교수에 대해 “상상력이 풍부하고 열정이 많은 건축가”라고 평가했다. 서울시 초청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디자인전을 여는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동북아시아, 특히 한반도 북방지대에 대한 특유의 전략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김 교수는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북한과 중국이 만나는 압록강에서 찾고 있다고 말한다. 압록강에 어떤 미래가 있는지 들어 봤다.

압록강 도시는 아시아의 등불 … 김정은 위원장 설득할 수 있다

-압록강에 통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배경은.

 “통일이라고 하면 한반도 내에서의 통일을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끼리 하는 통일은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의미도 없다. 한반도 통일은 중국과의 평화와 동북아의 교류에 달려 있다. 압록강과 두만강 등 북방 경계지역에 한반도와 중국대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무언가를 집어넣어야 진정한 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 이전에 동북3성과 압록강 하구에 비전과 변화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왜 압록강인가?

 “압록강은 중국 동북3성과 한반도에 기적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한반도 북방영토의 보석과 같은 강이다. 압록강을 끼고 있는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는 알렉산드리아·이스탄불보다 도시 인프라를 건설하기에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이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남북한이 협력할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이 도시 인프라 건설에 있다. 통일 후 한반도 인프라 건설의 핵은 세계 물류의 흐름 속에서 우리 한반도와 동북3성의 공동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압록강 주변에는 항만·공항·고속철도·다리 등 도시 인프라가 잘돼 있다. 지난 9월 중국 선양(瀋陽)~단둥 간 고속철도(총 길이 208㎞)가 연결돼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올라가고 있다. 압록강은 10년 이내에 동북아시아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 통일 인프라는 한·중 관계에 하나의 획을 긋고 북한의 미래에 확실한 번영을 보장하는 안이 될 것이다.”

 -통일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압록강에서 한·중 연결고리의 핵심은 양국의 철도와 고속도로를 양국의 산업도시들과 연계하는 데 있다. 이론이 아니라 당장 실현 가능한 남북공동산업으로 압록강아레나·반원도시·태양광도시 등 세계가 놀랄 만한 세 가지 산업 클러스터를 압록강변에 건설하자는 것이다. 먼저 할 수 있는 압록강아레나는 압록강 중앙에 75m 간격의 수중보 위에 띄우는 수상극장이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아레나만 한 크기의 다목적 공간이다. 반원도시는 중국 단둥 압록강변에 반원 모양의 반(半)주거·반(半)기업형 인더스트리의 성채를 말한다. 라인강변 도시들처럼 아름답게 강을 이어가며 강변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절반은 호텔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공장, 상가주택 등이 들어선다. 태양광도시는 북한 신의주역 일대에 건설하는 에너지 중심 도시다.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태양광만 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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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 교수가 아레나·반원도시(만인성채)·태양광도시 등을 구상한 통일 프로젝트 계획안.

 -태양광도시가 필요한 이유는.

 “압록강변의 수풍발전소는 세계적 명성에 반해 시설이 낡아 총용량의 30~40%만 발전하고 있으며 그마저 북한이 보수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발전용량의 90%를 공동관리하는 중국이 가져가고 있다. 따라서 보수를 하거나 새로운 발전소를 짓느냐를 놓고 고민할 수 있다. 장기적이고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태양광이 유리하다. 태양광 발전은 지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상대적으로 지대와 인건비가 낮은 압록강변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일대의 중소 수력· 화력발전소와 연계하면 압록강 하구의 풍부한 풍력과 수력과 화력이 조합된 종합도시를 만들 수 있다.”

 -건설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운 점은.

 “신의주항 일대 지형조건이 까다로워 난점이 많으나 여의도와 한강 하구를 계획한 경험으로 봤을 때 남북한의 기술을 협력하면 도전해 볼 만하다.”

 -압록강아레나는 중국 땅에, 원형극장은 압록강 국경선에 건설하므로 중국과의 공동작업이 필수적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랴오닝(遼寧)성 당 서기(2004~2007년)로 있을 때 압록강 도시화 계획에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리커창 총리가 2008년 정치국 상무위원이 돼 베이징(北京)으로 간 뒤로는 중단되고 말았다. 중국도 책임자가 누구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하지만 리 총리 등 많은 분이 각별하게 관심을 가진 만큼 베이징 중앙당에서 나서면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문제는 돈인데 어느 정도 들며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요.

 “도시의 윤곽이 드러나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 예상되는 전체 금액은 한화로 10조원 정도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자본으로 진행해야 한다. 최근에 중국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운영원칙과 취지에 이 프로젝트만큼 상징적인 사업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중동의 석유자본 등이 21세기 아시아 신도시 개발의 한 축이 되리라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립박물관에서 압록강 도시화의 개략을 발표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의 어떤 사람들이 압록강 통일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

 “지난 30여 년간 중국의 도시계획학회장으로 있으며 국가주석으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우 소장과 칭화대학 교수팀이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중국 학계는 이 프로젝트를 ‘비상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들의 평가는 신뢰할 만하다.”

 -중국이 단독으로 하고 싶지 않을까요?

 “국경도시는 경계 영역이다. 압록강·두만강 하구에는 2000년 동안 중국 대륙과 한반도를 아우르는 평화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이 있었다. 통일 프로젝트에 담기는 세 가지 산업 클러스터가 그 염원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런 도시계획을 구상하는 데만 3~5년이 걸리는데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계획은 2000년 동안 전쟁터였던 한반도와 중국의 경계 지점에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평화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압록강 도시는 남북통일 프로젝트다. 중국 지도층의 한국인에 대한 평가가 매우 우호적이다. 통일 프로젝트는 2016년 여름 중국 국립박물관에서 좀 더 구체화된 안에 대한 전시회를 하고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학문적인 사회다.”

 -압록강 통일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한국에는 어떤 이익이 있나요.

 “베이징(北京), 다롄(大連), 선양(瀋陽), 하얼빈(哈爾濱)이 바로 연결되는 이 지역은 서유럽의 도시화를 이끈 중세 라인강변 못지않다고 본다. 지금 고속철도가 생기면서 동북3성 일대가 세계적으로 가장 희망이 있는 지역으로 돼 가고 있다. 유럽 못지않게 오래된 문명과 인구와 물류의 네트워크가 있고 무엇보다 1차산업의 보고다. 여기가 21세기 동북아시아 희망의 땅이다. 그 한가운데 단둥과 신의주가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이 참여하면 국제신용도가 높아지고 외국자본도 끌어들일 수 있다.

 “중동과 유럽 등 세계자본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겠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북한을 압록강 통일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방법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비핵화 대체 프로젝트’로 이를 추진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북한 사람들 가운데 머리가 우수한 사람이 많다. 북한 사람들의 기술적 잠재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통일 프로젝트는 대통령의 표현대로 ‘창조적 국토전략’으로서 중국 대륙과 한반도 모두에 아시아의 등불 같은 압록강 도시계획이 될 수 있다.”

글=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사진=김상선 기자

김석철 교수는 …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1943년에 태어나 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주춧돌을 쌓은 김중업·김수근 건축가에게 사사했다. 1990년 UN HABITAT Ⅱ에서 21세기 도시선언 ‘메가리데(Megaride) 헌장’을 발표했으며 베네치아 건축도시대학교, 뉴욕 컬럼비아 건축대학원, 중국 칭화대학 등의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제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아시아건축상 금상, 베네치아 비엔날레 특별상 등을 받았고 이탈리아에서 한·중 도시 협력 프로젝트로 국가훈장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여의도·한강 마스터플랜, 서울대학교, 예술의전당,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등과 두 나라 대통령이 합의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신도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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