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교 깊이보기] 김천고, 계절학기까지 3학기제…방학엔 관심분야 탐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기사 이미지

김천고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독서토론’ 수업에서는 책을 읽고 논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방법을 배운다.

토론·심리학·환경과학 등 겨울학기 심화·보충 과정 운영
전교생 플래너로 자기주도학습 “허투루 쓰는 시간 줄어”
휴대전화·사교육 금지된 기숙 학교…동아리 활동도 활발

기사 이미지

김천고는 2009년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했다. 2015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9명, 연세대 15명, 고려대 9명을 합격시키면서 경북 명문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병석 김천고 교장은 “토론 위주 수업, 철저한 자기주도학습, 독서프로그램 강화 등이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다”며 “현재 1학년 학생이 수능을 치르는 2017학년도가 학교가 또 한번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고는 1931년 민족정신 함양과 교육을 통한 국가 발전을 위해 최송설당 여사가 전 재산을 털어 설립한 학교다.

학생이 주도하는 토론·발표 수업

지난달 13일 오후 5시 김천고 도서관. 방과후수업 ‘독서토론’이 한창이었다. 이날은 책 『구운몽』을 읽고 ‘진채봉이 양소유와 약혼하기로 한 결정은 현명한 선택인가’에 대한 토론을 펼쳤다. 6명의 학생은 각각 3명씩 찬성과 반대편에서 논제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1학년 김도훈군이 찬성 입장에서 “당시에는 연락을 주고받을 방법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를 잘 짓고, 용모가 뛰어난 양소유를 만나자마자 바로 약혼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말하자 1학년 이춘우군이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외모와 시를 짓는 솜씨만 보고 평생의 반려자를 선택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는 거다.

 6명의 학생은 40분간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후에는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24명의 학생 판정단이 승패를 가르고 우수 토론자를 선정했다. 이날은 찬성 5명, 반대 19명으로 ‘진채봉의 약혼 결정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는 결론이 나왔다. 최준호 국어교사는 길잡이 역할만 할 뿐 논제를 뽑고, 수업을 이끌어 가는 건 온전히 학생의 몫이다.

 정규 수업에서도 토론·발표 수업이 많다. 발표자 중 한 명이었던 김민우군은 이날 독서토론 수업을 포함해 4개 과목에서 토론이나 발표를 했다. 지구과학 시간에는 ‘별자리의 운동’에 대한 자료조사를 도왔고, 영어 시간에는 ‘한국의 미술·음악·스포츠’에 대한 발표를 했다. 또 국어 수업에서는 ‘청소년의 범죄형량 감소는 타당한가’를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김군은 “중학교 때까지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얘기도 잘 못했는데 김천고에서 한 학기를 보낸 지금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며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능력이 동시에 향상됐다”고 말했다. 장영수 김천고 교감은 “6년 전부터 학생들의 분석력·논리력·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토론식 수업을 강화했다”며 “꾸준한 훈련의 효과는 전국토론대회 수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고 학생들은 올해에만 ‘제2회 청소년 통일공감 대토론회’ ‘제4회 전국 청소년 다산독서토론대회’ 등 4개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겨울방학 땐 계절학기, 주말엔 특강

기사 이미지

1931년 김천고등보통학교를 설립한 최송설당 여사 동상. 그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보모로 일제치하의 민족말살정책에 대항하고자 학교를 세웠다.

사실 김천고는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 중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진학률이 낮은 게 원인이다. 2007년 2명이었던 서울대 합격생은 2008년, 2009년 ‘0명’으로 줄었다. 이는 지원자 미달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2014학년도 일반전형 전국지역 모집 경쟁률은 1.02대 1이었다. 중학교 때 전교 꼴찌도 합격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학생 선발 효과가 거의 없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학교는 수시 위주의 대입제도 변화에 맞춰 체질을 바꿨다. 성과는 곧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9년 ‘0명’이었던 서울대 합격생은 2014년 10명, 2015년 9명으로 늘어났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일반 학교들과 조금 다르다. 3학기제로 운영한다. 1, 2학기에 추가로 계절학기가 있다. 학기 중에는 화요일과 목요일 8·9교시에 선택과목을 듣고, 겨울방학에는 1월 4일부터 2월 19일까지 겨울학기에 참여한다. 과목은 정규 수업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인문학·심리학·SAT화학·서예·통계조사·환경과학·매체와 문학·시사토론·AP통계 등으로 다양하다.

 또 주말에도 수업을 진행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선택형 방과후학교, 일요일 오후에는 주말 특강이 있다. 2학년 설재홍군은 “쉴 틈이 거의 없다”며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부모님 눈을 피해 편하게 생활하고 싶은 학생은 김천고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춰 심화·보충과정 중에 골라 들으며 관심 분야를 집중 탐구할 수 있다. 2학년 홍율선군의 경우 수의예과 진학을 희망하지만, 계절학기엔 정치철학과 윤리를 선택해서 배웠다. 그는 “인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수의사가 갖춰야 할 윤리적 자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도 된다. 항공기 조종사를 꿈꿨던 1학년 이재호군은 학교에서 계절학기로 인지과학 수업을 들으면서 사람의 심리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주는 일에 흥미를 느꼈고, 현재 심리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군은 “김천고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계절학기는 단지 수능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공부에만 집중할 환경 만들어

김천고에는 두 가지가 없다. 휴대전화와 사교육이다. 학생 중에는 사교육 받기 싫어서 김천고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 홍군이 집 근처 일반고가 아닌 기숙사 학교를 선택한 건 사교육이 아닌 스스로 힘으로 공부해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1학년 성문창군도 마찬가지다. 성군은 “중학교 때까지는 학원 스케줄에 따라 억지로 공부했으면 이제는 나 자신의 능력으로 지식을 쌓고 있다”며 “예전에는 종일 한 과목 제대로 공부하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계획을 세워 매일 다양한 과목을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돕는 게 플래너 작성이다. 김천고의 모든 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플래너를 의무적으로 쓴다. 매일 학습 시간과 공부할 과목과 내용, 학습 만족도, 메모 등을 적는다. 담임교사는 플래너를 수시로 걷어가 확인하고 학생들에게 부족한 점을 알려주거나 코멘트를 달아준다.

플래너 작성하는 걸 부담스럽고 번거롭게 느꼈던 학생들도 몇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나갔다. 2학년 도혜찬군도 그중 하나다. 그도 처음에 플래너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루 치 계획만 세우다 보니 제대로 못 지키고 넘어갈 때가 많았고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점점 건성으로 쓰게 됐다. 이때 담임교사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꾸준히 쓰다 보면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도군은 포기하지 않고 플래너를 작성해 나갔고, 2학년에 올라와서는 주말을 비워놓고 평일에 못 다한 공부를 하는 식으로 방법을 찾았다. 도군은 “매일 공부 시간을 계획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게 뭔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시간관리 능력도 좋아져 허투루 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없는 환경도 자기주도학습능력을 끌어 올리는데 한몫했다. 휴대전화는 2년 전부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학교에 가져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병석 교장의 의지였다. 처음에는 반발했던 학생들도 이제는 휴대전화가 없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 성군은 “휴대전화가 없으니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며 “중학교 때는 침대에 자려고 누워서도 새벽 3~4시까지 휴대전화 붙잡고 게임 하거나 웹툰을 볼 때가 많았는데,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여름방학 2주간 진로탐색 프로그램

이 학교는 동아리와 스터디 활동이 활발하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한다. 설군은 “학생이 동아리나 스터디 운영 계획안을 써서 학교에 제출하면 공식적인 동아리로 인정해 준다”며 “1학년 때 봉사동아리 ‘RCY’(청소년적십자)의 경쟁이 치열해 SBS(송설봉사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했었다”고 말했다. 스터디 활동도 활발하다. 진로가 같은 학생끼리 해당 직업을 연구하고, 탐색하는 과정이다.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설군은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들 5명과 ‘MP5’(메디컬 피플 5)를, 홍군은 수의사가 꿈인 1·2학년 9명이 함께 수의학 스터디를 하고 있다. 의학용어를 찾고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자신의 꿈을 좀 더 구체화하는 시간이다.

여름방학 2주 동안 이뤄지는 진로탐색 프로그램 ‘드림캐치타임’도 학생들이 앞장서 이뤄진다. 언제·어디서·누구를 만날지 결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건 학생의 몫이다. 생명과학 동아리 ‘SOS’에서 활동 중인 홍군은 지난 여름방학에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경희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재학생을 만나 해당 분야의 진로와 전망 등에 대해 들었다. 동아리 부장이 생면부지 교수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 성사시킨 일이었다. 장영수 교감은 “이 시기에는 학교 곳곳에서 체험학습이나 진로체험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는 공고문을 볼 수 있다”며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1학년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1학년은 행정학급을 기존 8개에서 16개로 늘려 담임교사의 밀착관리가 가능하게 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33명에서 15명으로 줄어드니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끈끈해지는 효과가 있다. 수업은 2개 반을 합쳐 이뤄진다. 학생 사이를 이어주는 멘토링 활동도 다양하다. 선배와 후배를 일대일로 맺어주는 형제 멘토링과 같은 장래희망을 가진 학생들끼리 연결해주는 진로 멘토링이 대표적이다. 형제 멘토링에서는 학습이나 생활 정보 등을 공유하고, 진로 멘토링에서는 대입이나 직업 정보를 맞춤형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성군은 “멘토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나보다 조금 더 앞서 가고 있다는 점에서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대표 비교과 활동 - '토마독'
토요일 8시간 마라톤 독서 “공부 습관에 도움”

김천고에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이 있다. 진로·취미동아리가 98개고, 학습동아리는 이보다 많은 151개다. 또 1000m 고산 등반, 태권도 단증 취득 등을 통해 덕체지(德體智)를 겸비한 ‘송설인’이라는 걸 인증 받는 송설삼품제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표 비교과 활동은 독서능력 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토요 마라톤 독서(이하 토마독)다. 격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8시간 동안 도서관에 모여 하는 몰입 독서다.

 토마독은 2011년 ‘밤샘독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졸음을 참고 밤새 책을 읽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2013년 8월부터 토마독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최준호 국어교사는 “대입제도가 수시 중심으로 바뀌면서 독서 기록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학생들은 숙제하거나 동아리 활동 때문에 책 읽는 시간을 선뜻 못 내는 경우가 많다”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작정하고 책을 읽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단순히 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연초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데, 이때 학생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토마독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를 적어 낸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는 시간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최준호 교사와 사서가 함께 대상자를 선정한다. 신청은 연초에 한 번 받지만 심사는 매번 한다. 한 회당 50명 내외로 선정하는데 신청자가 많아 월 1회에서 월 2회로 늘렸다. 최 교사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학생이 원해서 참여하기 때문에 독서 몰입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토요일 오후 1시에 참가자들이 도서관에 모이면 최준호 교사가 30분 정도 주의사항과 독서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참가 신청을 하고 도서관에 나타나지 않거나 도서관에서 간식을 먹는 등 독서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학생은 즉시 퇴장이다. 또 잠을 자면 1회 경고를 받은 후, 한 번 더 걸리면 쫓겨난다. 2학년 박경일군은 “중간에 30분간 쉬는 시간과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도서관에 책장 넘기는 소리밖에 안 들린다”고 말했다. 책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토마독 시간 내에 읽은 책은 독서 기록지를 작성해 내야 한다. 이병석 교장은 “한 권을 모두 읽지 못했어도 읽은 범위까지 써야 한다”며 “자연스레 책을 읽기 전과 후에 활동이 이뤄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물론, 학습에도 도움을 받는다. 박군은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적게는 2~3권, 많게는 4~5권의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2학년 설재홍군은 토마독에 참가하면서 학습 효과가 높아졌다. 설군은 “예전에는 독서를 할 때 쓸데없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토마독에서는 다른 참가자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아 오롯이 책에만 빠져들 수 있다”며 “한 분야에 집중하는 습관은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천고 진학하려면
성적 우수자 우선 선발, 나머지는 면접서 당락

김천고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자율형사립고다. 하지만 모든 학생을 전국에서 선발하는 건 아니다. 총 264명을 모집하는데 경상북도 지역과 그 외 지역에서 각각 40%씩 뽑고, 20%는 사회통합전형이다.

 학생 선발방식은 동일하다. 총 2단계로 전형하는데 1단계에서는 내신 성적과 출결만으로 정원의 1.7배수를 뽑는다. 내신 성적 240점과 출결 사항 10점을 합해 250점 만점이다. 2단계는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평가하는 서류가 50점, 면접이 60점이다. 1, 2단계를 합하면 총 360점 만점이다.

 1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내신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교과 성적 반영비율은 학기별로 다르다. 3학년 1학기를 50% 반영하고, 2학년 1, 2학기를 각각 20%, 1학년 1, 2학기를 각각 5%씩 평가한다. 과목별로 가중치도 다른데, 영어·수학이 80점으로 가장 높고, 국어 40점, 사회와 과학이 각각 20점씩이다.

 1단계 점수에 따라 2단계에서 치를 면접의 종류가 달라진다. 1단계 상위 30%(전국 54명, 경북 52명)는 간단한 일반면접만 치르면 되지만, 나머지는 심층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개념이다. 2015학년도 커트라인은 일반면접 231점, 심층면접 208점이었다. 라영운 김천고 입학담당관은 “2016학년도 입시에서는 1단계 통과 점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단계 모집 인원이 전년도(1.5배수)에 비해 늘어난 것은 물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시행으로 점수 부풀리기를 하는 학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반면접을 치르는 학생은 2~3분 내로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면접이 이뤄진다. 눈에 띄는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합격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심층면접은 면접 시간도 7~8분으로 길고 질문도 공통질문과 개별질문으로 나눠 평가한다. 2015학년도에는 공통질문 2개, 개별질문 3~4개였다.

 2015학년도에 출제된 공통질문은 두 가지였다. 2개의 원이 가로로 그려진 종이를 주고 원하는 그림을 자유롭게 그린 후 설명을 쓰는 문제와 면접 5분 전에 A4 절반 분량의 글을 읽고 관련 질문에 대해 면접관 앞에서 답하는 문제였다. 라영운 입학담당관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통해 학생의 창의성과 순발력을 평가했다”며 “첫 번째 문제에서 자동차나 안경 등 단순하고 1차원적인 그림을 그린 학생은 높은 점수를 못 받았다”고 말했다. 2개 원의 안과 밖에 크고 작은 원을 되도록 많이 그린 후 ‘우주 속의 나는 미물 같은 존재’라고 쓴 학생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개별질문은 학생의 자기소개서와 서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류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자기소개서에 ‘주간생활계획서를 작성했다’고 쓴 학생에게는 주간생활계획서를 어떻게 실천했는지 구체적으로 묻고, 봉사활동을 많이 한 학생에게는 “단체활동에서 비협조적인 친구를 어떻게 설득해서 동참하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 식이다.

 1단계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았어도 2단계에서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하다. 라영운 입학담당관은 “올해 신입생 중에 최하위 점수로 1단계를 통과했지만,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합격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천=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