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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IS "우리가 러시아 여객기 격추"…탑승자 224명 전원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전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했다. 224명의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러시아와 이집트 당국은 부인했다.

이날 오전 5시58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인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했다. 어린이 25명을 포함해 승객 217명과 승무원 7명을 태운 상태였다. 승객 중 러시아인이 213명, 우크라이나인이 4명이었다.

이 여객기는 그러나 이륙 후 22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고도 9450m 지점이었다. 시나이 반도의 중부내륙 쪽으로 50∼70㎞ 떨어진 엘하사나 지역의 산간지대에 추락했다. IS의 근거지다.

이집트 언론은 초기에 “여객기 기장이 관제센터에 통신 장치의 이상을 보고하며 비상착륙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으나 호삼 카말 이집트 항공장관은 이후 “구조 신청 등 어떤 문제 징후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통신두절 전에 여객기는 이미 1분에 1500미터를 추락했다”고 말했다.

동체는 추락 과정에서 큰 바위에 부딪혀 두 동강이 나면서 완전히 파괴됐다.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생존자는 없다고 이집트 당국이 발표했다.

IS 이집트 지부는 사고 후 몇 시간 만에 자신들이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을 올렸다. “오늘 여객기 격추는 러시아가 무슬림과 IS에 보인 적의와 특히 시리아 알레포에서 저지른 학살의 대가를 치르게 되는 전초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비행기가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검은 연기를 내며 추락하는 영상도 게시했다.

이집트와 러시아 당국은 주장을 부인했다. 셰리프 이스마일 이집트 총리는 “(회수한) 블랙박스 분석이 끝날 때까지는 사고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비정상적 활동’이 배후에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도 “사실일 리 없다”고 말했다. 시나이 반도에도 활동 중인 무장 세력들은 어깨에 올려놓고 발사하는 지대공 미사일(MANPAD)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으론 9000m의 고도의 비행기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폭발물이 기내에 있었거나, 여객기가 기술 결함으로 하강하던 중 로켓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사고기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고 기장의 부인은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평소에 비행기의 낡은 상태에 걱정해 왔다”고 말했다. 코갈림아비아 항공은 이집트와 러시아 간 전세기를 주로 운항하는 중소 항공사로 사고기는 1997년 제작됐고, 코갈림아비아 항공은 3년전부터 이를 운항했다.

이번 사고 조사엔 러시아와 프랑스 당국, 에어버스 관계자도 참여한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국적의 에어프랑스와 독일의 루프트한자, 중동의 에미리트 항공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나이 반도 상공의 비행을 금지했다. 루프트한자 측은 “추락 원인과 상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지역을 피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한편 IS가 쿠르드군 포로 7명을 처형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부근에서 합동으로 작전을 펼쳐 처형이 임박한 인질 69명을 구출한 데 대한 보복 차원이란 주장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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