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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전략서 낸 윤영관 전 외교 "한국, 동맹 기반한 중첩 외교 펼쳐야"

중앙일보

입력

“소국이기 때문에 강대국들 사이에서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체념하고 만다면, 애초에 이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일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2003~2004년)을 지낸 서울대 윤영관 (정치외교학부)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외교의 시대』에서 “한국의 국력은 구한 말이나 한국 전쟁 시기와 비교해볼 때 훨씬 커졌다. 그런데 정작 몸은 작은 호랑이 새끼만큼 커졌는데, 의식은 고양이 상태에 머무른 부끄러운 모습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학계에 몸담다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패권국 권력이 쇠퇴한 메커니즘에 대한 역사 및 사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번 책 역시 1991년 옛 소련의 붕괴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패권의 쇠퇴, 뒤이은 중국의 부상까지 국제정치에서 권력의 상승과 하강 양상을 분석하며 한국 외교의 방향을 제시했다. 장관 시절 굵직한 외교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학계에서 균형잡힌 시각이 제시되는 일이 드물었던 것을 아쉬워하다 학교로 돌아간 뒤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1년을 공들여 내놓은 ‘외교 전략서’가 『외교의 시대』다.

윤 교수는 “흔이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미래 국제질서는 미국과 중국 두 대국만이 축이 되는 G2 시대로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이 제1의 변수가 되고, 일본·러시아·인도·유럽 등 대국이 제2 변수가 되는 ‘미·중 선도의 다극 체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국제규범이 강화되고 상호의존이 심화된 오늘날 국제질서는 한국과 같은 선도적 중진국이 활약하기에 훨씬 우호적 환경으로 변했다. 나름대로 방향성과 목표를 갖고 외교하기에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북한, 외교, 통일에 대해 구호는 있는데 실제 내용과 따로 놀고 있고, 전략은 여전히 부재하고, 따라서 사방에서 터지는 현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방향을 잡아줄 일정한 기준이나 개념 없이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외교의 전략으로 ‘삼축외교’를 제시했다. 첫번째 축은 횡축(橫軸) 외교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서에 위치한 미국·일본·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다. 북한도 포함한다. 두번째 축은 한반도 북쪽과 남서쪽에 있는 러시아, 동남아시아, 인도를 대상을 하는 종축(縱軸) 외교다. 세번째 축은 글로벌 외교다. 환경, 인권, 개발 등에서의 외교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횡축 외교에서는 한미 동맹의 발전, 일본과의 협력 확보를 기본으로 그 위에 중국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동맹에 기초한 중첩 외교’ 전략이다. 여기에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종축 외교를 강화하면 한국 외교가 새로운 자율적 공간을 십자로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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