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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갑의 횡포' 공정위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형마트 청과 코너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납품업체 직원들도 정리를 돕고 있다. 청과 담당 과장이 “협력업체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마트 직원은 “전에 과장님 있을 땐 다 했다”며 푸념한다. 수술 후 회복되지도 않은 몸으로 마트 회식에 접대하러 나온 납품업체 사장.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는 마트 과장의 말에 “지금 무리 안 하면 목 매야 한다”고 답한다. 웹툰 ‘송곳’에 나온 장면이다. 주인공인 이수인 과장의 올바른 지적은 번번이 묵살된다.

‘송곳’의 현실은 진행형이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달 29일 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3개사를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공정거래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대상이다. 공정위는 다음달 전원회의를 열어 마트 3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 마트가 납품업체로부터 부당 이익을 거두는 수법은 다양했다. A마트는 상품대금 중에서 판촉비나 광고비 명목의 돈을 미리 공제한 다음 납품업체에게 지급했다. B마트는 아직 물건이 팔리지 않았는데도 판매장려금·판매촉진비·광고비 명목의 돈을 납품업체로부터 미리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을 선수취하는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모두 마트 부서별로 매월 정해져 있는 영업이익 목표를 채우려는 목적에서다. 이들 업체가 이런 수법으로 납품업체로부터 챙긴 돈은 수백, 수천 억원 규모에 달했다.

C마트는 새로 점포를 열거나 기존 점포를 리뉴얼할 때마다 납품업체 직원을 동원했다. 인건비는 물론 납품업체 몫이었다. 마트 내 매장을 임대해주면서 임대가 끝나는 날짜가 적히지 않은 계약서 쓴 사실도 적발됐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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