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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전형도 기계가 … 편견 없어져 여성 합격자 10% 늘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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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18면

도미닉 바튼 회장은 맥킨지가 보는 미래상을 설명하면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사진 세계경제연구원]

“앞으로 15~20년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20년 후는 역사적 시기가 될 지 모른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를 이끄는 도미닉 바튼 회장의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세계경제연구원의 초청 강연에서 바튼 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이 문제”라며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네 가지 글로벌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꼽은 네 가지 요소는 ▶신흥시장의 부상 ▶혁신기술의 발전 ▶고령화 ▶세계 통합이다. 바튼 회장은 “이런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 중 하나가 한국”이라며 “기업은 변화를 두려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맥킨지가 보는 미래상.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은 2000여 년간 끊임없이 이동해왔다. 이동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국가가 아닌 도시가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도시화를 통한 경제 성장은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주로 나타날 것이다. 특히 중국의 발전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980년 산과 들, 논과 밭뿐이었던 중국 선전(深?)은 2015년 고층 빌딩이 즐비한 중국 최고의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이런 변화는 현재 중국의 100여 개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도,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2025년엔 매출 규모가 10억 달러 이상인 대기업이 2010년보다 7000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대기업이 된 기업 중 68%는 신흥시장에 본사를 둔 기업일 것이다. 그 중 41%는 아시아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28억 중산층 소비자 가운데 아시아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9%(11억 명) 수준이다. 하지만 2030년엔 전 세계 중산층 50억 명 가운데 56%인 28억 명은 아시아 국적일 것이다. 특히 중국의 도시화는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까지처럼 두 자리 수 성장은 아닐지라도 계속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아프리카 역시 주목해야한다. 현재 나이지리아에선 유럽 전체 신생아 수보다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고 있다. 소비재 업체, 특히 기저귀 등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당연히 이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노동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는 에티오피아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이곳에 진출하면 젊은 노동력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젊은이가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파괴력을 가진 열두 가지 혁신 기술을 꼽는다면 ▶모바일 인터넷 ▶지식 노동의 자동화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첨단 로봇 ▶무인 자동차 ▶차세대 유전학 ▶에너지 저장장치 ▶3D 프린팅 ▶신소재 ▶첨단 석유·가스 채굴기술 ▶재생 에너지를 들 수 있다.


모바일 인터넷의 경우 2025년엔 연간 10조8000만 달러 규모의 경제적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모바일 인터넷이 특히 발전한 나라다. 관련 기업들은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한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 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더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지식 노동의 자동화다. 일터에서 관리직이 하는 일의 절반은 자동화될 것이다. 사람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을 기계가 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어려워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우리는 컴퓨터의 강력한 힘에 주목해야 한다. 요즘 중국에서 생산하는 일반적인 세탁기는 1969년 나사(NASA)가 아폴로 11호에 탑재했던 컴퓨터보다 더 뛰어난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2년간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처리한 데이터량은 인류가 지난 2000년간 생성한 데이터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현재 최첨단 컴퓨터는 곤충의 뇌와 비슷한 수준이다. 곤충의 뇌도 굉장히 복잡한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컴퓨터의 지적 능력은 머지않아 사람의 뇌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기계가 맡았을 때 업무의 질이 더 나아질 수도 있다. 맥킨지에 많게는 100만 개의 입사원서가 접수되는데 2만 개 정도는 기계로 스크리닝해 추려낸다. 재미있는 점은 기계가 편견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보다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뽑는다는 것이다. 기계가 원서를 심사할 경우 사람이 했을 때보다 여성의 합격률이 10% 가량 높다. 무인 자동차 기술은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의외로 무인 자동차의 사고율이 굉장히 낮다는 사실을 아는가. 구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생한 무인 자동차의 교통 사고는 모두 시스템 문제가 아닌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사고율이 낮아지면 보험 손해율이 떨어진다. 기업 경영환경이 바뀐다는 의미다.  

인구의 고령화는 세계적인 이슈지만 특히 한국, 중국, 일본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문제다. 고령화의 문제는 실제 노동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생산성 압박이 상당해진다. 스페인의 철도회사 랜페의 임직원 평균 연령은 직원 54세, 경영진 58세다. 은퇴 연령은 61세였다. 앞으로 이 회사에서 일할 젊은 인력이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들은 모로코 등 다른 나라 인력을 채용하거나 해외로 이주한 스페인 사람을 어떻게 영입할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부족한 노동력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기계의 힘을 빌어 해결할 수도 있다. 맞물려 발전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고령화는 비용의 압박을 가져오기도 한다. 현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의 75%가 고령층이다. 2050년에는 80세 노인 인구가 현재보다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의 예산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퇴직연령을 조정하거나 건강보험제도, 의료보험제도를 바꿔야 한다.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달로 최근 50년간 꾸준히 세계의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 지정학적 변화뿐 아니라 자본, 교역, 데이터가 꾸준히 흐르며 전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될 것이다. 국가간 교역량은 이미 무역 협정을 통해 엄청나게 증가했다. 많은 국가와 연계된 곳은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데이터를 매개체로 한 통합이다.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 가치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기업과 국가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데이터 처리 능력에 따라 제조업, 유통, 에너지 등 산업 모든 부분에서 생산성을 8~10배 향상시킬 수 있다.


데이터와는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농업에서도 이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데이터 통합 기술이 발전하면서 캐나다 수의사들은 직장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농장에서 기르는 소에 성장정보 센서를 부착하면 소의 발육상태, 건강상태 등 모든 정보를 컴퓨터로 관리할 수 있다. 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여물을 씹어먹는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지 농장에 가지 않고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엔 수의사 한 명이 5000마리의 소를 돌봤다면 이제 그 다섯 배 수준인 2만5000마리의 소를 관리할 수 있다. 우리와 무관한 것 같은 이 기술은 인간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병원을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고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의사에게 원격 진료를 받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세계의 통합 과정을 빠르게 이해하고 변화를 예측하지 않으면 직업 안정성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의 발전에는 규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위계질서나 조직구도를 유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강력한 검찰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혁신에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교육 개혁도 필요하다. 대학이란 조직은 변화에 상당히 저항적이긴 하지만 이제는 바뀔 필요가 있다. 왜 4년 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없는가. 대학에서도 직업 훈련, 기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맥킨지앤컴퍼니1926년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공인회계사인 제임스 맥킨지가 설립한 경영 전략 컨설팅 회사. 전 세계 50개국 89개 사무소에서 117개 국적, 9200명의 컨설턴트가 일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포춘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2가 맥킨지의 고객사다.


도미닉 바튼53세. 맥킨지앤컴퍼니의 11대 글로벌 회장.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캐나다 토론토 사무소에 입사했고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사무소 대표를 지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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