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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결산 심사 대충대충 … 예산만 따내고 집행률 6.8% 기관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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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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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국가재정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 거나 예산안에 없는 신규 사업 추진을 금지 한 규정을 어기는 등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 은 경우였다. 대통령경호실은 정보화 사업 의 낙찰 차액을 제멋대로 듀얼 PC를 구입하 는 데 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동시 지방선거관리 사업에 편성됐던 예산 중 4365 만원을 ‘사이버선거역사관 구축’ 사업에 집 행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 반 여건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완벽한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쉽지않다”며 “집행 과정에 서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 이 같은 허점 이 계속 드러나는 것은 예산이 제대로 쓰였 는지를 심사하는 결산이 졸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산 심사 결과도 이듬해 예산 심의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결산 따로, 예산 따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 의 결산 심사는 대부분 ‘속전속결’로 처리된 다. 국토교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 신위원회의 경우 지난 7월 2일 하루 만에 결 산 심사를 모두 마쳤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 하는 결산서 관련 서류들도 부실하다. 예산 심사에선 구체적인 사업별 설명 서류를 제출 하는 것과는 달리 결산서에는 구체적인 집행 내역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겉핥기식 심사 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결산 심사가 주로 7~ 8월 국회 국정감사 일정과 중복되는 바람에 졸속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산을 당초 목적대로 제대로 쓰 지 않아도 국회가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 이 없는 것도 문제다. 최근 3년간 국회의 결 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 부처에 반복해서 시정 요구를 한 사례는 166건에서 201건으로 계속 늘었지만 정부가 해당 지적을 제대로 이행하 지 않고 무시하는 사례도 168건에서 272건으 로 크게 늘고 있다. 국회가 아무리 시정 요구 를 해도 정부 부처에서는 듣는 척 마는 척한 다는 것이다. “국회의 예산·결산 심사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김우철 교수)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예 산과 결산에서 유기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필 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 제학과 교수는 “결산에 대한 평가가 다음 연 도 예산에 반영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 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2006년 제정된 ‘연방재원의 책임성과 투명 성에 대한 법률’에 따라 주요 사업의 재정지 출 수급자에 대한 정보와 금액 등 상세 내역 을 공개하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국 민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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