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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에도 문화코드 공유한 한·중·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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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31면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마침내 1일 열린다. 과거사·영토 문제 등에서 3국의 입장이 다른데도 3국 지도자는 미래를 함께 개척하기 위해 결국 만난다.


3국의 정치적 입장 차이는 서로 멀어지게 하는 원심력(遠心力)으로 작용해왔지만 3국의 문화적 공통 분모와 유대감은 서로 끌어당기는 구심력(求心力)으로 작용해왔다.


대표적 구심력은 3국이 공유하는 한자 문화다. 고대 중국에서 유래한 한자는 지금 3국에서 발음이 달라도 교통 표지판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중국 인문·사회 분야에서 사용하는 한자의 70% 정도는 일본에서 역수입됐다고 한다. 한국에는 아직도 일본식 한자가 적잖게 사용된다.


한류 열풍에 따라 한국식 한자 표현이 중국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예컨대 중국 젊은 여성들은 젊은 한국 남자를 부를 때 중국어로 오빠에 해당하는 ‘거거(哥哥)’란 단어 대신 한국어 발음 그대로 ‘어우바(歐巴)’라고 부른다.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누안난(暖男)’은 한국어 ‘훈남’을 의역한 것이다.


음식문화에도 공통분모가 많다. 3국은 젓가락 문화권이다. 한국에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자장면(炸醬麵)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산둥(山東)에서 들어온 것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짬뽕은 일본의 ‘잔폰(ちゃんぽん)’에서 유래했는데 나가사키(長崎)에 거주하던 화교들이 처음 만든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에게 생소했던 ‘자지피주(炸鷄?酒·치맥)’를 이제 대학 기숙사 야식 메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국의 몇몇 치킨 브랜드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라면은 3국 국민이 다 함께 즐기는 음식이다.


3국은 쌀 문화권이다. 쌀밥을 먹는 중국 유커(遊客·관광객)들에게 한국과 일본산 전기밥솥이 인기다. 중국에 잠시 귀국할 때마다 중국인 친구들이 한국 전자제품을 사오라는 얘기를 이전에 많이 들었다. 요즘은 한국인 친구들이 나에게 중국에 가면 샤오미(小米)가 만든 보조충전기·밴드·이어폰을 대신 사달라고 부탁한다.


대중오락에서도 3국의 문화코드 공유 현상을 볼 수 있다. 마작은 중국의 대표적 대중 오락이다. 그런데 최근엔 두뇌 발달에 좋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도 마작으로 친구를 사귀거나 동호회를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식 마작을 수입해 즐긴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새로운 문화 현상 전파가 빛의 속도로 진행되면서 3국 젊은이들은 다른 문화에도 열린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제2 한강의 기적’, 중국은 ‘중국몽(中國夢)’,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각각 추진 중이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처럼 3국이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협력해 동북아 번영에 함께 기여하면 좋겠다.


왕웨이연세대 국제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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