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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움직일 때 어질어질하면 ‘귀 고장’ 신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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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22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주부 김모씨(58)는 가끔 어지럼증을 느꼈다. 빈혈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철분제까지 사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리에서 깨 머리를 뒤척거리자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구역질이 났다. 머리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니 잠잠해졌다. 하지만 다시 자세를 바꾸자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증상은 1분가량 지속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최현승 교수는 “중년과 노년층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이석증(耳石症)”이라며 “귓속 전정(前庭)기관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어지럼증”이라고 말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나이 든 여성에게 이석증 주의보가 켜졌다. 이석증은 특정한 자세 변화에 따라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귀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석증 환자는 2008년 19만8000명에서 2014년 30만3000명으로 1.53가 됐다. 성별로는 2014년 기준 여성이 남성에 비해 2.4배 였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7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5만9000명, 70대 5만 명 순이었다. 5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64.9%를 차지했다.


귀는 소리를 듣는 동시에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해 균형을 잡는다. 달팽이관이 소리를, 전정기관이 머리의 움직임과 기울어짐을 감지한다.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에는 세 개의 반고리관과 이석(돌가루)이 존재한다. 세반고리관은 머리의 회전 움직임을 담당하고, 이석은 머리의 기울어짐을 느낀다. 문제는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갈 때다. 최현승 교수는 “이석이 떨어진 위치에 따라 특정 자세를 취하면 증상이 나타난다”며 “혈압이 올라가고 메스꺼우며 구토가 나오고 코끼리 코 놀이를 할 때처럼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석증 환자 골다공증 3배 많아이석증은 원인이 명확지 않지만 퇴행성 병변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이 증가한다. 신체는 나이가 들며 퇴화하는데 이석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듯 이석기관 역시 수분이 줄고 칼슘 성분이 빠져나간다. 이때 돌가루가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이 잦다. 최 교수는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나타난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와 감기,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석증은 귓속 문제지만 의외로 뼈 건강과 밀접하다. 이석이 칼슘 성분으로 이뤄진 덩어리여서다. 골다공증 같이 칼슘 대사에 영향을 주는 여성호르몬의 변화가 이석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 대사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취약한 만큼 여성에게서 이석증이 많이 발생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연구팀은 이석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209명과 어지럼증이 없는 사람 202명을 대상으로 골밀도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이석증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골다공증이 3배, 전 단계인 골감소증이 2배 더 많았다. 특히 여성에서 이석증과 골다공증의 연관성은 더욱 뚜렷했다. 어지럼증이 없는 여성은 9.4%만 골다공증이 있었던 반면 이석증 환자는 25.3%가 골다공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지수 교수는 “이석증 환자는 골다공증 비율이 더 높고, 골다공증이 있으면 재발이 더 잘 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석증을 앓은 사람은 칼슘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D의 혈중 농도 역시 더 낮았다”고 말했다.


치환술로 제자리로 이석 돌려놔야이석증은 다른 중증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귀 신경의 염증 원인인 ‘전정신경염’이나 달팽이관의 림프액 압력이 갑자기 높아져 생기는 ‘메니에르병’과 증상이 비슷해서다. 하지만 눈 움직임을 보면 이석증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안진검사가 대표적이다. 안진은 안구가 떨려서 초점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자세를 취해 눈동자의 튀는 현상을 보면 진단이 가능하다. 어느 쪽 귀가 문제인지, 전반·후반·수평 반고리관 중 어디에 이석이 떨어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치료는 세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간 돌가루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 보내는 이석치환술이 일반적이다. 물리치료의 일환으로 자세에 변화를 줘 이석의 위치를 자극이 덜한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하늘을 보고 바르게 누워서 고개만 돌리거나, 상반신 전체를 움직이는 식이다. 김지수 교수는 “머리 위치를 순차적으로 바꿔서 이석을 빼내면 증상이 완화된다”며 “1~2번 치료하면 60~70% 정도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이석증은 재발이 흔하다. 몸이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감기를 앓고 난 이후처럼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많이 재발한다. 특히 저혈압인 사람은 어지럼증이 오기 쉬워 주의한다. 재발했을 때는 급작스런 증상에 놀라지 말고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귀는 혈류 변화에 민감한 기관이다. 당뇨와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혈류 변화에 영향을 준다. 최 교수는 “평소에 만성질환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특히 스트레스와 함께 짠 음식은 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평소 짜게 먹는 식습관은 귓속 압력을 높이거나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저염식을 할 것”을 권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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