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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례품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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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4 면

바야흐로 결혼 시즌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다녀왔습니다. 혼주가 꼭 모시고 싶은 분만 모셨다는 식장은 번잡스럽지 않았습니다. 식 사 테이블에 이름표가 붙어있을 정도였죠. 덕분에 새신랑과 새색시를 축하해 주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축의금도 받지 않았는데, 갈 때는 작은 봉투 까지 들려주었습니다. 그 속에는 좀 색다른 선물이 들어있었습니다. 책이었습니다. 수건 이나 우산, 찹쌀떡 등은 받아 보았어도 행사 답례품으로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예사 책이 아니었습니다. 신라 사람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이었죠. 국사책 에서 보고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역자는 “혜초는 분명 ‘위대한 한국인’이고 그의 서역기행은 거룩한 장거”라고 말합니 다. 한국인 최초로 대식(大食·아랍)에 다녀 왔고 한(漢) 문명권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는 처음으로 대식 현지 견문록을 남겨 인도 와 페르시아, 아랍과 중앙아시아에 관한 귀 중한 지식을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근 1300 년 전에, 그는 도대체 어떻게 넓은 세상을 돌 아볼 수 있었을까요. 아니 그보다, 혼주는 왜 이 책을 하객들에게 선물한 것일까요.


신혼부부는 중국 상하이에서 일을 하면서 신접살림을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부모 슬하 를 완전히 벗어난 환경입니다. 미지의 세계 로 떠나며 두려움을 이겨냈을 혜초를 생각 하며, 낯선 세상으로 나가는 자식이 꿈을 이 루길 바라는 부모가 하객들에게 보내는 응 원 요청은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저도 큰 소리로 응원하고 싶네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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