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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인구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

기존 영농 방식으로는 식량위기와 기후변화 막지 못해… 첨단기술로 효율성 제고하고 육류 섭취 줄여야

지금 이 순간 지구 위에서 70억 명 이상이 바글거린다. 그 많은 입에 곡물과 채소, 육류를 대기 위해 육지 면적의 40%가 밭과 과수원, 목장으로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불행히도 딜레마가 찾아왔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96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까지 식량을 70% 증산해야 대규모 영양실조를 면할 수 있다. 문제는 식량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토지 대부분이 이미 경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젠 산등성이나 사막, 남극대륙만 남았다. 억지로 농토를 만들려면 줄어가는 우림을 베어내 불태워야 한다. 그런 일을 피하려면 영농방식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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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농학자였던 노먼 볼로그 박사는 다수확이 가능하며 병충해에 강한 왜소종 밀을 개발해 ’녹색혁명’을 일으켰다.

불가능하진 않다. 수십 년 전에도 우리는 농업개혁에 성공했다. ‘노먼 볼로그’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농업혁명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이름이다. 미국 농학자였던 볼로그 박사는 1940년대 중반 멕시코 중남부 고원지대에서 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건조한 그곳에 적합하고 다수확이 가능하며 병충해에 강한 왜소종 밀을 개발했다. 특히 질소비료를 뿌린 땅에서 효과가 컸다. 1963년 멕시코에서 재배되는 밀의 95%는 그 왜소종이었다. 볼로그 박사가 멕시코에 도착한 1944년과 1963년 사이 멕시코의 밀 생산은 6배로 늘었다.

그 다음 볼로그 박사는 남아시아로 향했다. 1960년대 중반 남아시아에선 기근이 심했다. 식량생산이 인구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었다. 볼로그 박사는 그곳에 자신이 육종한 왜소종 밀을 제공하고 16년 동안 재배와 수확을 지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 5년 만에 인도와 파키스탄의 밀 생산이 거의 2배로 늘었다. 1974년부터는 곡물을 자급자족할 수 있었다. 볼로그 박사의 방법이 남아시아·동남아시아 국가들로 급속히 퍼지면서 기아의 우려가 사라졌다.

그러나 인류는 볼로그 박사의 ‘녹색혁명’에만 계속 기댈 수 없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땅이 귀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녹색혁명이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볼로그 박사는 세계를 먹여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단일작물 재배(같은 땅에 매년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를 권장했고, 석유가 원료인 질소비료를 많이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단기적인 효과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농토의 비옥도를 떨어뜨린다. 게다가 기아를 막을 목적으로 쌀·옥수수·밀에 치중하면서 영양이 더 풍부하고 농지 면적 당 열량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감자와 고구마 등은 무시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버텼지만 더는 무리다. 이제 볼로그 박사가 세운 세계를 다시 개조해야 한다. 같은 땅 면적에서 열량을 70% 더 생산하기 위해서다. 과일과 채소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직농장이 마천루처럼 솟아 오른다

스페인 남부의 타베르나스 사막은 유럽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다. 1960년대엔 주로 ‘석양의 무법자’ 같은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 황량한 사막에서 유럽의 과일과 채소 절반 이상이 생산된다.

온실 덕분이다. 스페인 정부의 토지배분 프로젝트에 따라 1963년 첫 온실 몇 개가 세워졌다. 환경이 조절되는 온실에서 자라 모양이 고르고 보기 좋은 과일과 채소는 곧 일반 밭에서 재배되는 농산물보다 더 많이 팔렸다. 수익이 커지자 재투자가 이뤄져 온실이 확장됐다. 현재 타베르나스 사막의 온실은 면적이 5만 에이커(약 202㎢)에 이르며 지역 경제에 연간 15억 달러를 기여한다.

지구 저궤도에서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인 타베르나스의 온실단지는 흔히 ‘경제기적’으로 불리지만 사실 그 이상이다. 지금 온실재배가 가장 많은 곳은 부유하지만 땅이 부족한 유럽이다. 그러나 나머지 세계도 급속히 부유해지고 땅이 부족해지면서 타베르나스 모델이 뜰 가능성이 크다.

환경과 토지사용의 관점에서 볼 때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영농이 매우 유망하다. 실내에서 재배된 과일과 채소는 외부에서 자란 작물보다 면적 당 수확량이 훨씬 많다. 잡초나 병충해, 악천후 문제도 없다. 거기에다 양분을 함유하는 수용액에 뿌리를 내리는 수경재배 같은 기술이 더해지면서 수확량은 더 늘어난다. 더 나은 방법은 층층이 쌓아 올릴 수 있는 공장식 수경재배 설비를 갖추는 것이다.

200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공중보건학 명예교수 딕슨 데스포미어는 웹사이트에 ‘수직농장’을 소개했다. 그는 “수직농장이란 복층 첨단기술 온실”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모든 작물이 충분한 햇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병충해 방지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다. “기술적인 문제가 너무 많아 반드시 필요하기 전까지는 활용되지 않았다.”

2011년 일본에 닥친 대지진이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초래한 쓰나미로 일본 최대 섬 혼슈 북부의 해안지역 농지 대부분이 유실됐다. 일본 정부는 그 농지를 대체하기 위해 수직농장 붐을 일으켰다. 4년 뒤인 지금 일본의 수직농장은 수백 개에 이른다. 마천루처럼 솟은 온실이 수경재배되는 작물이 햇빛을 골고루 받도록 매일 회전한다.

일본에선 분무경도 인기다. 수용액에 뿌리를 담그는 수경재배와 달리 노출된 뿌리에 물과 양분을 직접 분무하는 방식이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분무되는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뿌리가 훨씬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성장도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미국·싱가포르·스웨덴·한국·캐나다·중국·네덜란드도 수직농장을 장려한다. 그러나 수직농장의 경우 햇빛이 가장 큰 문제다. 햇빛이 골고루 비치도록 하려면 타워를 좁게 만들거나 작물을 회전시켜야 한다. 더 간단한 방법은 햇빛을 발광 다이오드(LED) 같은 인공 빛에너지원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미 영국과 네덜란드,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보스턴과 텍사스주 브라이언에서 수직농장에 LED를 사용한다. ‘핑크하우스’로 불리는 그 시설은 LED를 사용해 식물이 가장 잘 흡수하는 가시광선 스펙트럼인 청색과 적색 빛을 발한다. 일반 밭의 식물은 흡수하는 햇빛의 8% 정도만 사용한다. 그러나 핑크하우스에선 그 비율이 15%에 이른다. 모든 과정이 실내에서 이뤄져 햇빛에 의존하는 수직농장과 온실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빛과 온도,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 결과 핑크하우스에서 자라는 식물은 생장속도가 일반 밭작물에 비해 20%나 빠르고, 물 절약 비율이 91%에 이르며, 소량의 비료만 사용하고,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다. 지금은 LED 가격이 비싸지만 5년 안에 절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LED 시설이 갖춰진 마천루식 수직농장에서 과일과 채소 대부분을 재배하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통계를 생각해 보라. 미국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40%가 팔리지도 소비되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너무 못 생겼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못 생긴 과일이나 채소를 사려하지 않는다. 식료품점도 그런 상품은 들여놓지 않는다. 누구나 ‘예쁜’ 과일과 채소만 찾기 때문에 농민은 팔지 못하는 농산물 재배에 든 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과일이나 채소의 경우 고르게 잘 생긴 모습으로 자랄 수 있는 온실이나 핑크 하우스 같은 인공적 시설이 많이 사용된다. 아울러 농산물은 신선도가 중요하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거리가 짧을수록 맛이 더 좋고 가격이 비싸다. 수직농장을 활용하면 농민은 가게에 가까운 곳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농지가 비교적 많은 미국에서도 시중에 팔리는 신선한 토마토의 40%가 온실에서 재배되는 이유다.

그러나 세계 인구에게 열량의 약 50%를 제공하는 주요 3대 곡물인 쌀·옥수수·밀은 그런 재배 방식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런 곡물은 생긴 모양과는 상관없이 가격이 아주 싸 이윤이 너무 적다. 따라서 생산방식 혁신에 투자할 엄두를 낼 수 없다. 아주 넓은 농지에서 대규모로 재배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온실의 수익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구마와 감자를 곡물 대용으로

따라서 96억 명을 먹일 수 있을 정도로 곡물을 증산하려면 영농 전체를 현대화할 수밖에 없다. 댄 글릭먼 전 미국 농무장관은 “저개발국의 가난한 농민 대다수는 지금도 기원 전 10000년인 듯이 농사를 짓는다”고 말했다. “윤작이나 관개도 없고 가축을 이용해 밭을 간다. 현대식 농법만 전 세계에 보급해도 훨씬 많은 인구를 먹일 수 있다.”

특히 윤작이 보편화되면 큰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한곳에 주요 작물 하나만 계속 심으면 토양 속의 질소가 소진돼 불모지로 변한다. 가장 흔한 해결책은 비료로 질소를 보충하거나 토양이 회복할 때까지 땅을 놀리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영양적으로 손실이 큰 방법이다. 그러나 매우 간단한 대안이 있다. 토양이 회복될 때까지 땅을 놀리지 않고 토양에 질소를 다시 채워주는 특정 작물을 심는 것이다. 주로 콩과식물이 효과적이다. 한번은 옥수수를 심고 다음엔 콩을 심으면 농지를 놀릴 필요가 없다.

더구나 작물을 다양화하면 대다수 주민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농학자이자 언론인으로 저서 ‘풍요의 종말(The End of Plenty)’을 낸 조엘 본은 2008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윤작 방식을 보급하는 구호단체를 도왔다. 그는 “그곳 사람들은 옥수수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흰 옥수수죽만 먹는다. 옥수수는 열량이 많지만 다른 영양소는 아주 적다. 그들에게 콩과식물을 재배하도록 하면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다른 대안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세계인의 식단을 개조하는 것이다. 밀과 쌀,옥수수는 대안 주식이 될 수 있는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 면적 당 열량을 많이 생산하지 못한다. 옥수수는 에이커(4046㎡) 당 750만 칼로리, 쌀은 740만 칼로리, 밀은 300만 칼로리 정도다. 반면 척박한 땅에서 비가 많이 오지 않아도 잘 자라는 고구마는 에이커 당 1030만 칼로리를 생산할 수 있다. 감자는 920만 칼로리를 생산하며 배수가 잘 되는 땅에는 어디서든 잘 자라고 냉해에도 강하다.

두 작물 모두 주요 곡물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자는 유럽이 산업혁명의 인구 팽창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해줬고, 고구마는 오랫동안 하와이 원주민과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주식이었다. 그러나 녹색혁명 동안 볼로그 박사와 그의 제자들이 밀과 쌀, 옥수수에 치중하면서 감자와 고구마는 무시됐다.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리려면 재배 면적 당 열량을 고려해 감자와 고구마의 부흥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지가 부족한 지역에선 얼마 전부터 그런 추세가 나타났다. 케냐 정부는 비정부기구 원에이커펀드과 손잡고 농민에게 옥수수 대신 고구마 재배를 장려한다. 중국 정부는 감자를 식단에 포함시키도록 권장한다. 유엔도 2008년 감자를 ‘미래의 식량’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감자·고구마의 부흥이 전 세계에 확산될 때까지는 무엇보다 효율성이 중요하다. 밀·쌀·옥수수·수수·보리 등 세계 곡물 공급량의 거의 절반은 미국·인도·중국에서 생산된다. 그 나라들에선 데이터를 활용한 영농이 인기다.

일리노이대학(어바나 샴페인 캠퍼스)의 농생물학 엔지니어링 학과장 K C 팅 교수는 일반 밭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물·비료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수확량이 가장 많은 밭의 부분을 표시하는 지도를 만들고, 그곳의 토양 pH(수소 이온 농도)부터 수분·무기물 함유량까지 모든 주요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팅 교수팀은 농민이 어느 부분의 땅을 갈고 어디에 물이나 농약, 비료를 뿌릴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돕는다. 대형 농장에선 이런 과정과 농기구의 자동화를 통해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사는 농민 브라이언 스콧은 약 2000에이커(약 8㎢)에 옥수수·밀·콩을 재배한다(미국의 평균 농장 면적은 1105에이커다). 그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장착된 트랙터, 자동경작기, 식재기, 비료 공급 튜브 등 각종 첨단기기를 사용하며 수확 지도와 이력을 활용해 수확량은 늘리고 비용은 줄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미국 농민이 생산하는 식량으로 세계의 기아를 막을 수 있는지 묻자 그는 “수확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어떻게 되겠느냐?”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과잉생산으로 옥수수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농민이 대규모 농사를 마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럴 경우 전체적으로 옥수수 재배가 줄어 “가난한 나라가 혜택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재정 인센티브가 열쇠라는 얘기다.

소비자의 수요, 작물 수확량, 재배자 인센티브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최근 농업의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는 유전자변형생물(GMO)에서 가장 뚜렷이 나타난다. 스콧이 재배하는 작물 대부분은 GMO다. 특정 해충에 독성을 가진 ‘Bt 옥수수’와 제초제에 강한 ‘라운드업 레디 콩’ 등이 수확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가 GMO를 기피하자 그도 일부 작물을 비(非)GMO로 바꿨다. “지난해 우리가 수확한 옥수수 대부분은 GMO였지만 올해는 일반 종으로 바꿨다.”

그러나 임박한 세계 기아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에게는 GMO의 안전성 논란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GMO로 96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본 교수는 제초제·살충제 내성을 가진 GMO가 농민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줬지만 “2000년 이래 세계의 주요 곡창지대에서 옥수수나 쌀, 밀의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는 증거가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의 국제미작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C4 벼의 경우는 예외일지 모른다. 일반 벼는 C3 광합성 경로를 갖고 있다. 옥수수 같은 작물이 가진 C4 경로보다 햇빛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본 교수에 따르면 유전자 재조합으로 C4 경로를 가진 벼를 개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럴 경우 수확량이 일반 벼보다 50%나 많아진다.

C4 광합성에 필요한 모든 요소는 일반 벼에도 있지만 분포가 다르며 활성화되지 않는다. C3를 C4로 바꿀 수 있는 유전자 경로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본 교수는 “전문가에 따르면 실제로 C4 벼가 논에서 재배되려면 앞으로 20~25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새로 개발된 유전자편집 도구 크리스퍼(CRISPR)를 사용하면 그 과정이 단축될 수도 있다.

본 교수에 따르면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실 매우 평범하다.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FAO는 농경지의 3분의 1이 가축사료 생산에 사용된다고 추정한다. 또 더 넓은 면적(얼음에 덮이지 않은 땅의 약 26%)이 가축 방목지로 사용된다. 게다가 육류 생산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효율적이다. 평균적인 열량으로 계산하면 육류 1칼로리 생산에 사료 28칼로리가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인도와 중국 같은 나라에서 빈곤을 탈피하는 인구가 늘면서 육류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중이다. FAO는 세계의 육류 수요가 향후 40년 동안 3분의 2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추세는 아마존 우림의 종말을 가져올지 모른다. 전 세계의 돼지 중 절반을 소유하는 중국에서 농민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서 돼지 고기 수요가 한층 더 증가했다. 그러나 돼지사료용 곡물 재배는 토지집약적이다. 또 중국의 농토 질은 상당히 나쁜 상태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농지의 40% 이상이 과잉재배로 척박해졌다.

그래서 중국은 브라질 같은 나라에서 사료를 수입한다. 중국의 돼지를 먹이는 대두의 수요가 브라질에서 콩 혁명을 일으키며 그곳 농민은 더 많은 콩을 재배하려고 우림을 벌채한다. 우림이 사라지면 탄소가 대기 중에 더 많이 방출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고 그 결과 경작 가능한 땅이 줄어들어 식량 문제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 가지 해결책은 땅에서 생산되는 육류를 실험실에서 만드는 육류로 대체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의 혈관생리학 전문가 마크 J 포스트가 그 분야 전문가다. 그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실험실에서 배양한 육류로 햄버거를 선보였다. 그러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아 경쟁력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포스트는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지원으로 ㎏ 당 80달러로 가격을 낮췄다. 햄버거 패티 하나에 약 11달러다. 상업적으로 가능한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그런 햄버거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제공되려면 몇 가지 장애물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는 수분과 지방이 적어 맛이 떨어진다. 또 증식 배지도 문제다. 포스트가 사용하는 줄기세포는 지금까지 송아지 태아 혈액으로 만든 혈청에서만 성공적으로 배양돼 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채식주의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포스트는 실험실 배양 쇠고기가 상용화되려면 20~3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의 생물공학자 아미트 게펜은 닭고기 배양 실험을 시작했다. 적어도 첨단식품 배양 실험실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완전히 터무니없지는 않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가 세계 인구를 먹이기 위해 이런 기술과 인프라를 도입할 의지를 가질 수 있다면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식량생산에 사용되는 토지 중 518억㎢ 정도가 농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은 지구 육지 표면의 40%를 식량 생산에 사용하지만 이상적인 경우 그 비율이 5% 아래로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남아도는 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식량 증산에 기후변화까지 막아

데스포미어 교수는 플로리다주에 사는 한 농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30에이커(12만 1400㎡)에 이르는 농민의 딸기밭이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로 망가졌지만 농장을 재건하지 않고 온실로 눈을 돌렸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그가 온실을 튼튼하게 만들면 다음 허리케인을 견뎌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는데 그의 생각이 옳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수경재배를 도입해 1에이커의 온실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딸기를 수확했다. 그렇다면 남은 땅은 29에이커다.

그 농민은 나머지 땅을 자연상태로 두기로 했다. 곧 그곳이 습지로 변했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다시 야생 환경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가 수영장에 가끔 출몰하는 악어 걱정만 하면 된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가능한 많은 농지의 ‘재야생화’를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기도 좋고 환경에도 좋을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거나 역전시킬 수도 있다. 그는 모든 도시가 소비하는 식량의 10%만이라도 밭이 아니라 수직농장이나 실험실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재야생화로 “숲이 늘어나 탄소를 충분히 흡수하면 대기 중 탄소 수치가 1980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식량도 넉넉히 생산하고 기후변화도 막는 일석이조의 효과다.

글=뉴스위크 BETSY ISAACSON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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