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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번주말 미중러 함정들 한국 해군 모항으로 모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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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양국 함정들이 30일 동시에 각각 부산과 진해 해군 기지를 찾는다.

첨예하게 대립중인 미국과 중국의 함정들이 이번 주말 직선거리로 40여㎞밖에 안 떨어진 한국의 군항에 기항하며 함정에 필요한 물품을 선적하고, 교류활동을 하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지는 셈이다.

지난 26일부터 동해상에서 한·미 해군 연합 기동훈련을 해온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과 함정 4척 등 미 항모 전단은 훈련을 마치고 30일 부산 해군기지를 찾는다. 2003년에 건조돼 미군이 운용 중인 10척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중 최신예인 로널드 레이건함은 최근 조지 워싱턴함과 임무를 교대하고 일본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母港)으로 한반도 유사시 출동하게 된다. F-18 수퍼호넷 전투기 등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하고 있어 ‘떠 다니는 군사 기지’로 불리는 로널드 레이건함은 갑판의 길이가 330m로 축구장의 3배에 달하고, 유지비용이 연간 3000억원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레이건 함은 지난 주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부산 앞바다에서 펼쳐진 관함식에 참석해 한국 국민에게도 선을 보였다.

중국 해군이 보유한 정화(鄭和·Zhenghe)함 역시 같은날 진해 기지를 찾는다. 순항훈련중인 중국 해군 훈련생도들과 한국 해군사관학교와의 교류를 위해서다. 군 관계자는 "5일간 진해에 머물며 각종 교류행사와 다음 항해를 위한 물자를 선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700t급 정화함은 순항훈련을 위해 중국이 1987년 4월 건조한 함정이다. 미국과 달리 중국 함정이 전투함은 아니지만 미래 중국 해군을 끌고갈 간부들의 교육중이라는 측면에서 이전과 다른 분위기일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이나 중국 함정들이 순항 훈련이나 부식등을 싣기 위해 한국의 군항을 찾는 경우는 수시로 있다"며 "하지만 두 나라 함정이 동시에 기항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미묘한 시기에 공교롭게도 일정이 겹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함정도 11월 1일 한국 해군기지 방문을 추진하고 있어 한반도 남쪽 끝에서 미국·중국·러시아 등 해군 강국들이 모일 가능성도 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러시아의 바랴크 순항함 등 4척(순양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예인선)이 부산항 입항을 희망하고 있다"며 "미군 함정들이 부두를 가득 매우고 있어 진해항으로 입항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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