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술 이전 안되면 보증금 몰수” KF-X 핵심기술 이전 자신했던 방사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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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의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방위사업청은 2013년 “(미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이 안 될 경우 이행보증금 몰수 등 강제수단을 확보하겠다”며 기술 이전을 자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청이 2013년 12월 핵심기술 이전 문제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설명자료(절충교역 협상결과)에서다.

28일 이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KF-X는 국내 기반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일부 부족기술은 F-X 절충교역 등을 활용해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충교역은 ‘FMS’(Foreign Military Saleㆍ미국 정부가 군사장비를 외국에 수출할 때 적용하는 판매방식), ‘상업구매’ 방식 모두 방위사업청이 항공기 제작사와 직접 협상을 통해 합의각서를 체결하는 것으로, 구매방식에 따라 핵심기술 이전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이전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합의각서에 따라 절충교역 이행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도록 이행강제 수단을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당시 방위사업청의 F-X 기종 협상 대상에 오른 F-35A(록히드마틴)만 FMS 방식이었고, 이 기종과 경쟁했던 F-15SE(보잉)와 유로파이터 타이푼(에어버스)는 업체와 계약하는 상업구매 방식을 제시했었다.

FMS에는 미국이 개발 중인 무기를 해외에 팔 때 개발 차질에 따른 부담을 미 정부가 책임지지 않도록 하는 ‘야키(Yockey) 웨이버’ 조항이 포함돼 있다. 무기 구매국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이 FMS 방식은 앞서 2013년 11월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이 “F-35A는 FMS 규정에 따라 ‘미 정부가 완전가동생산에 이르지 못한 경우 생산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야키 웨이버 조항이 포함돼 일종의 구매국 권리포기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알고는 있다”고 답변했다.

FMS 방식의 이런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됐지만, 2년 전 방위사업청은 “구매방식과 무관하게 기술 이전을 강제하겠다”고 자신했던 것이다.

방위사업청이 2013년 12월 국회 국방위에 함께 제출한 ‘록히드마틴사 협력개발 분야 세부제안 내용’에서도, 핵심기술 4가지 가운데 AESA(능동전자주사) 레이더 통합, IRST(적외선 탐색 추적장비) 통합 등 2가지 기술에 대해 ‘기술인력 지원’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방위사업추진위원이었던 새정치연합 정진 국방전문위원도 통화에서 “2013년 9월 24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 회의에서 항공기사업부장이 ‘3개 기종 모두 우리 측이 요구한 중요 기술에 대해 모두 주겠다고 확실하게 답변했다’고 하는 등 핵심기술 이전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방사청은 1년 만에 입장이 돌변했다.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2014년 9월 방위사업추진위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항공기사업부장이 ‘4가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미국이) 아예 못준다고 얘기가 됐던 것이다’는 말을 한다”며 정부가 핵심기술 이전 거부를 정확하게 인지한 시점을 문제삼았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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